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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유 Oct 02. 2024

두통

하찮은 습관이 되다

그해 여름은 길고 지루했다

자주 비가 내렸고 비는 곧 물난리가 되었다

사람들은 누군가 죄 많은 이가 나랏님이 되어

이 사달이 났다며 엉뚱한 과녘을 만들고서는

방향 잃은 화살을 쏘아댔다


비는 곧 그쳤다

그러자 이젠 폭염의 무더위에

연일 기상관측 이래 최고수은주를 갱신했다

또 호들갑을 떨어대 사람들이었다


그 무더위 속에서 하루 온종일을 보낸

흘린 땀방울보다 더 많은 생수를 들이키다 보면

어느새 해는 넘어갔지만, 한낮의 무더위가 어둠살

쉽게 꼬리를 내리고 물러나진 않았다


습하고 끈적거리던 

쉬이 잠들기 어려웠던 그 밤엔

이리저리 뒤척거리다 애써 잠이 들었다가도

새벽녘엔 땀으로 범벅이 되어 깨어야 했다


찬물 한 바가지 뒤집어쓰면 

잠시 잊을만 했던 그 새벽의 이른 더위

그래봤자 여름 해는 금방 아침을 밝히니

퀭한 눈으로, 까끌까끌한 입맛으로

다시 만성적인 두통이 함께 아침을 맞았다.


시끌벅적한 세상에서 멀리 떨어져 있던 나의 세상

나의 세상에는 물난리가 없었으며

무더위는 물바가지 몇 차례면 잊을만 했다

이따금씩 왠지 모를 슬픔이 가슴 저 밑바닥에서

미열로 끓어올라 만성적인 두통과 함께 했다

나는 그것이 영원했으면 했지만

 하찮은 소망조차도 나는 쉽게 얻지 못했다


매일의 시간은 흐른만큼 쌓이

쌓여가는 시간 딱 그만큼씩 슬픔도 쌓이며

끝나지 않을 만성적인 두통이 욱씬거렸다

처음엔 그냥 하찮은 습관이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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