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생각이었던 것인지
새벽녘, 지난밤의 숙취에 시달려
쉬이 잠 못 들어하는 날에는 차라리 어시장으로 향했다
하나둘 가로등이 죽고, 불 꺼진 건어물점을 지나
오래된 상처에 떨어질 듯 들러붙은 딱지처럼
이제는 너덜해진 길따라 불 켜진 포장마차 몇 개
골바람이라도 몰아치면 펄럭펄럭 붙잡는 소리를 뒤로 하고
쫓기듯 도망치듯 그 짙은 어둠 속을 한참이나 걸어야 했다
이따금씩은 쓰러져 누운 듯했던 의식 저편에서
멍해진 머릿속을 배회하다가 될 대로 되라며 되뇌던
차리리 주저앉아 그대로 어둠을 벗어날 수 있기를
깨지도 않는 숙취 때문에 머리는 깨질 듯 비명을 질렀고
그런 내 모습에 낯선 듯 어색해하며 무력하게 질려갔다
비릿한 갯내음이 코끝까지 차올라서는 배속을 뒤집었고
발끝에서부터 축축하게 적셔오던 생기가
연신 질펀하게 쏟아져 내렸다
그래, 그날 술을 끊었어야 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