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째일까, 선잠에 구부정한 눈으로 하늘을 본다
망초털 구름이 나를 좇아와 파란 하늘을 채우더니
새초롬한 햇살을 사이에 두고 싸락눈을 뿌린다
오랜만이다, 제발 온 세상을 하얗게 뒤덮어야는데
겨우 한 뼘 남짓 그늘받이 한 뙈기로 만족해야 한다
바람살을 뒤쫓으며 밀렸다가 다시 흩어지는데
되풀이한 모양새가 옹기종기하다, 못내 그립다
한참 고개를 떨궜다가 손을 내밀고 생각했다
웬일인지 그것은 첫사랑 그녀의 젖무덤을 닮았다
나는 그 뽀얀 속살 속으로 다시 손을 내밀었다
여전히 차가웠다, 아직도 하루는 구름 사이에 있고
푹푹 빠져들던 서화(瑞花)는 창백한 낯빛이었다
그날 그녀의 몸짓은 뜨거웠지만 나는 알지 못했고
이별은 먼 우주에서부터 불타는 유성처럼 떨어졌다
운이 다 했던 것이다, 그제야 나는 사랑을 시작했다
운이 없었던 것이다, 첫사랑은 짝사랑이라는데
새까맣게 불타버린 가슴엔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구멍 사이로는 바람이 자주 들락거렸는데, 그때마다
쓰라렸다, 헛헛함에 낮인 듯 밤인 듯 잠들지 못했다
나는 작심했다, 다시는 이런 사랑 따위 개나 줘버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