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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부름

by 몽유

나흘째 한파가 덮친 바다엔

방향을 알 수 없는 드센 칼바람만

거친 풍랑에 하얀 파도가 춤을 춘다


주의보 내린 날에는 바다에 갈 수 없어

이런 날에는 검푸른 바다를 볼 수 없지


바다에 나서지 않아도

입을 떼기 좋은 핑곗거리

그것도 몇 날을 우렸더니

오늘은 기어코 아이들이

바람 속으로 떠민다


귓가를 때리는 바람 속에서

걷고 뛰고를 몇 차례

무릎을 파고드는 냉기가

온몸으로 퍼져 오른다


그래도, 피자는 따뜻했고

코끝을 맴도는 향은 고소했다

맛있다며 피자 한 조각을 건네는

아이들이 사랑스럽다

내 새끼 입에 먹을 거 들어가는 모습만큼

즐거운 건 없다던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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