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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있다. 내가 찾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by 몽유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수학자로서,

"하루에 1분씩 늦어지는 시계는 2년마다 한 번씩 정확한 시간을 가리킬 수 있지만, 고장이 나서 멈춰 있는 시계는 하루에 두 번 정확한 시간을 가리킬 수 있다. 따라서 고장이 나서 멈춰 있는 시계가, 고장은 나지 않았지만 1분씩 늦어지는 시계보다 더욱 정확할 수 있다"라고 하는 넌센스 '고장 난 시계의 역설'을 말한 루이스 캐럴.


그는 자신의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 많은 특유의 재치 있는 유머와 윗트를 담고 있다. 특히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중에는 길을 잃은 앨리스가 고양이에게 길을 가르쳐 달라고 하는 에피소드가 있고, 그 부분을 옮겨 보면,


"부탁인데, 내가 어떤 길로 가야 할지 가르쳐줘."

"그건 네가 어디를 가고 싶으냐에 따라 다르지."

"어디든 상관없는데..."

"그렇다면 어느 쪽으로 갈지도 중요하지 않겠네."

"그럼, 넌 어떤 길로 가도 좋아!"


인용구에서, 앨리스가 "어디든 상관없다"라고 말하자, 고양이는 "그러면 어느 쪽으로 갈지도 중요하지 않다"라고 말하며 어떤 길이라도 가보라고 한다. 어느 쪽으로 갈지는 중요하지 않으며, 어떤 길이라도 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나의 인생은 어떤 길로 가야 할까?

어떤 길로 가야지만 사람들이라 누구나 꿈꾸는 성공한 삶이 될지. 또한, 성공한 삶의 길은 어떻게 가야 하는 것인지.

그것은 그 어느 누구라도 나에게 가르쳐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다만, 이미 성공의 길을 걸어간 사람들의 삶과 경험이 내 삶의 지침이 될 수는 있겠지만 말이다.


나는 분명한 내 삶의 목표를 설정하고 길을 나서야 한다.

그렇게 내가 설정한 삶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미리 생각해 왔던 삶의 경로를 하나하나 따라가야만 한다.

하지만, 나는 이미 알고 있다. 분명한 삶의 목표와 경로를 설정하는 그것이 입으로 말하기나 쉬운 일이지, 그렇게 녹녹하지 않은 일임은 이미 경험적으로 알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내 삶의 목표와 경로가 분명히 보이지 않는다면...

너무나 불분명한 내 삶의 미래가 나를 불안하게 한다면...


누군가는 그 막막함에 쉽게 절망하여 웅크리고 앉아 있다가 결국에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고 만다. 또 다른 누군가는 자신이 애써 지나온 길을 돌아보며 회상하느라 전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그러나, 또 다른 누군가는 불분명한 미래가 주는 불안감에도 그저 묵묵히 해내고 있다. 그는 과거의 잘못된 실패가 주는 절망감에도 주저앉지 않고 그저 묵묵히 해내고 있다. 그는 과거의 실패가 그에게 주는 절망감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방향으로 길을 찾고 또 그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내가 분명히 알아야 하는 것은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그 자리에 웅크리고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내가 가야 할 길은 불분명해서 보이지 않고, 과거의 실패와 절망감이 나를 주저앉히고 그래서 머뭇거릴지라도 또 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성공한 사람들은 그들 누구나가 분명한 삶의 목표와 경로를 정하고 분명해 보이는 그 길만을 따라갔을까?


그렇지 않다. 그들 중에는 운 좋게, 정말 드물게도 운 좋게 어느 날 갑자기 성공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확률적으로 그렇게 성공한 이들은 전체 성공한 사람들의 몇 퍼센트를 차지하고 있을까? 그렇다면, 그런 운 좋은 성공한 사람들을 제외하면 나머지 다수의 성공한 사람들은 어떻게 성공했을까?

답은 이미 앞에서 보았듯이 이들은 분명한 삶의 목표

와 경로 없이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묵묵히 걸어갔던 사람들이다. 그들도 나처럼 과거의 실패에 주저하고 머뭇거리며 때로는 절망감에 주저앉은 경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거기에서 포기했다면 결코 성공하지 못했겠지만, 그들은 다시 털고 일어나 묵묵히 해냈기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때로는 부딪혀 오는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길을 수정하며 그렇게 걸어갔던 것이다. 그럼으로써 다시 얻은 기회에서는 더 나은 길을 찾고 그렇게 또 그 길을 묵묵히 걸어갔던 사람인 것이다.


설사 그렇게 해서 다시 설정했던 그들의 길이 잘못되었다 할지라도 그 자리에 머물러 있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또다시 움직이며 또 다른 길을 끊임없이 찾았다는 것이다. 성공은 그렇게 했을 때만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성공의 달콤한 맛을 본 사람은 실패의 쓴 맛을 참고 견딜 수 있다고 하지 않던가.


내가 가야 할 길이 지금 당장에 보이지 않는다면,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면, 그래도 어느 방향으로라도 가봐야 한다.


길이 아닌 듯 보이는 그 방향으로도 가다 보면

처음엔 보이지도 않던 길이 보이고

그 길은 결국 내가 가야 할 길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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