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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내리는 비

by 몽유

이따금씩 바다에는

때 이른 흐릿한 안개가 밀려들고

재회 뒤의 눈물 같은 비가 내려

그렇잖아도 분간하기 힘든 바다

저기 멀리로 잃어지게 한다


사람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이

하나둘 순서대로 떠나가게 되고

누군가 떠난 후 남겨진 쓸쓸함이란

끝끝내 못난 미련 같은 것이 아니다

차라리 그것은 남겨진 이의 후회다

오래전 기억 속에서 그랬던 것처럼

하늘을 향해 뿌려대는 눈물이다


눈 시린 파란 하늘에서

갈 곳 잃은 검은 바다가 보인다

빛바랜 기억이 습관처럼 맴도는 하늘에서

바람주머니가 보드랍게 산들거린다

그리고선 차가운 바다에 주름진 손끝을 적신다


바다에 내리는 비는

육지에 내리는 비와는 다르다

같은 듯해서 다르고

내리자마자 서둘러 흔적을 지움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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