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글몽글 구름에 갈바람이 일어난다
어쩐 일인지 그 모양이 꼭 닮았는데
어제는 소란스러웠고
오늘은 뒤숭숭했고, 또...
그것은 곧 새삼스러울 것 없는 짜증이다
며칠째 내 안으로 일어나는 속바람이다
어찌할 수 없는 장난질에 지쳤다
이따금씩 이유를 알 수 없는 바람이 일어나고
그 바람을 따라 물결이 새하얗게 곧추서는데
그것을 알아채지 못하는 이들은
물속 놈들과 부질없는 장난질 중이다
어느샌가 버릇이 된 것이다
새벽 바다엔 나가지 않아도 좋다
그래도 똑같은 새벽처럼 눈을 뜬다
바다에 나가지 않는 날엔 더 그랬다
어제도 그랬다 새벽처럼 눈을 떴다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인 듯 눈 날리는 모양인 듯
새파랗게 빛을 내는 잘 벼르진 칼날 끝으로
여명이 보이고 창틀은 하얗다
언제쯤이면 숙면의 바다를 볼 수 있을는지
거기엔 나를 위한 평안이 있기나 할는지
아니, 어쩌면 거기에 닿기나 할는지
이 어찌할 수 없는 갈증에 숨 죽여
속바람만 일어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