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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유 May 27. 2024

숙면의 바다

- 새벽바다엔 나가지 않아도 좋다

몽글몽글 구름에 바람이 일어난다

어쩐 일인지 그 모양이 꼭 닮았는데

어제는 소란스러웠고

오늘은 뒤숭숭했고, 또...

그것은 곧 새삼스러울 것 없는 짜증이다

며칠째 내 안으로 일어나는 속바람이다


어찌할 수 없는 장난질에 지쳤다

이따금씩 이유를 알 수 없는 바람이 일어나고

바람을 따라 물결이 새하얗게 곧추서는데 

그것을 알아채지 못하는 이들은

물속 놈들과 부질없는 장난질 중이다


어느샌가 버릇이 된 것이다

새벽 바다엔 나가지 않아도 좋다

그래도 똑같은 새벽처럼 눈을 뜬다

바다에 나가지 않는 날엔 더 그랬다

어제도 그랬다 새벽처럼 눈을 떴다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인 듯 눈 날리는 모양 

새파랗게 빛을 내는 잘 벼르진 칼날 끝으로

여명이 보이고 창틀은 하얗다


언제쯤이면 숙면 바다를 볼 수 있을는

거기엔 나를 위한 평안이 있기나 할는

아니, 어쩌면 거기에 닿기나 할는지

이 어찌할 수 없는 갈증에 숨 죽여

속바람만 일어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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