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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유 May 20. 2024

바다에서 보낸 사흘

- 피곤함이 남았다

바다에서 보낸 지난 사흘

한낮엔 진즉부터 여름인양 뜨거웠다

간간이 그 햇살을 비켜서 서풍은 시원했다


태양도 서풍도

계절에 어리둥절했겠으나

사람들은 그것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들은 자신의 눈을 즐겁게 할 것들만 찾아서

게걸스러 탐욕만을 보였다


바다엔 군데군데 철을 잊은 오리 떼가 놀았다

다가가고 다가오고 배가 만드는 파도를 타고

그러다가 놀란 모양으로 서둘러 자맥질을 했다

한참이나 고개를 내밀지 않으면

은근한 걱정이 내 속에서 고개를 들었다

그것이 부질없는 오지랖이라는 것을 나도 안다


이 아이들은 왜 아직도 여기서 이러고 있는 것일까

여전히 짝짓기 놀음에 빠져 있는 것일까

그들도 대장이 시절을 잊은 것일까

여하간 떠나야 한다는 것을 알고는 있겠지


배는 이쪽저쪽으로 밀려다녔다

그러다 잠시 멈추기도 했고, 또 밀려갔다

나도 배를 따라서 이리저리 밀려다녔다

이따금씩은 이유 모를 피곤이 생겨났다

온몸으로 퍼져서는 덕지덕지 달라붙는 피곤이다

온몸을 흔들어대는 탐욕이다


 피곤함이 이번엔 오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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