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이 묻은 벽 위에 낡은 시계 하나
어제의 시간을 되감고 있다
지나간 숨들이 눌어붙은 창문
그 위로 서리처럼 번지는 이름 하나
손끝으로 닦아내려 해도
얼룩은 사라지지 않는다
기억의 부재는 이렇게 남는다
무늬처럼, 상처처럼
어디선가 금 간 물소리가 들린다
흩어진 파편들은,
이미 오래전 부서진 약속의 조각들
그 속에 너의 얼굴이 비친다
밖은 아직도 새벽,
빛은 길을 잃은 듯 돌아오지 않는다
이 어둠이 끝나기 전에
나는 다시 한번,
너의 이름을 불러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