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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박(碇泊) 3

by 몽유

저물어가는 바다는

오늘도 제 이름을 삼킨다

파도는 부서지지 않고

그저 오래된 숨결처럼 밀려온다


배는 닻을 내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돛 끝에 걸린 바람조차

이젠 나를 부르지 않는다


기억은 늘, 돌아갈 수 없는 항로를 그린다

네가 머물던 자리에

물빛 그림자 하나만 남아

흔들리듯 바라본다


떠남과 머묾의 경계에서

너의 방향으로 녹슬어가던 나는

누군가의 이름을 지웠다


어둠은 그렇게 깊어지고

바다는 마침내, 나의 고백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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