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흘러왔다
이제는 바다의 색조차 낡은 기억 같다
부서진 파도, 잦아든 숨결
그 모든 것이 하나의 시간으로 돌아온다
돌아온다는 건
누군가의 가슴이 아니라
스스로의 적막에 닻을 내리는 일이다
나는 오늘, 그곳에 닿았다
네가 없는 바다에 닿았다
달빛은 여전히 출렁이고
새벽은 조용히 항구를 덮는다
묻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
모든 이별은
자신에게로 되돌아오는 여정이다
이제 나는
너에게로가 아니라
나의 쪽으로 천천히 밀려간다
남은 것이라곤
여전히 무채색인 바다와
그 바다에서 온기를 찾고 있는 너
항로의 끝에서
별들은 길을 잃어도 빛나고
시간은 물결마다 스며든다
나는 그 모든 흐름 속에
너의 그림자를 흘려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