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쟁이가 농밀한 글을 쓴다는 것은
글 속에 온전히 나를 갈아 넣어야 하는 일임을 압니다.
무수한 시간의 사유와 억겁의 인연이 겹치고 더해져
잉태한 글의 농밀함은 차라리 사랑입니다.
두 사람의 사랑이 짙고 두터워
세상 그 무엇보다 농밀하다는 것은
결국 하나로의 바람이고 염원입니다.
그것이 서툴었던 저는
그 누군가를 애써 옆에 세워두질 못하고 밀어내며
혼자만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글을 쓰려는 욕심에 짙은 사유와 불가분의 인연은
일찌감치 감춰두고 모르는 체로 서 있었습니다.
괜히 시작한 글쓰기에 나를 갈기 시작했지만
이제 함부로 글을 쓴다는 것이 부끄러울 뿐입니다.
한 세계를 깨쳐야 할 속박을 타고난 시인이라면
기꺼이 짊어지고 가야 할 숙명인 것을 압니다.
잘 벼르진 칼날을 그리기보다는
달콤한 말장난이 더욱 그리워질 때가 있으리란 것을 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