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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유 Jul 05. 2024

비 오는 날

- 너에 대한 기억 둘

용마루를 타고 내리다

처마 끝자락에 걸린 너의 기억이

흔들리다가 두둑 흔들리다가 두둑

위태로운 추락이 만드는 연이은 파장

황톳빛 동심원이 맴을 돈다


하나 둘 셋 넷... 불가분의 나열

서로의 기억 속을 더듬던 너와

이따금씩은 눈을 맞대었고

그때마다 가에 어리던 수줍은 웃음

그런  보며 이쁘다는 생각을 했고

그것은 곧 주체할 수 없는 약속이 되었지


파장을 일으키던 너의 짙은 눈동자

그 미세한 떨림 속에서 너는

해야 할 말을 집어삼키려는 듯

뚫어지게 나를 보았고

 무심하게 눈길을 돌렸지

그리고 또 살며시 입가에 그렸던 수줍음


그날처럼 비는

그칠 기미 없이 용마루를 타고 내리고

처마 끝자락엔 잡상처럼 너의 기억이 걸렸는데

난 여전히 그날의 네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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