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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유 Jul 17. 2024

비 오는 날

- 장맛비 그친 중에

며칠째 요란스럽게 쏟아져 내렸습니다

하루이틀이 지나고 거센 빗물은 강물에 이르러

눈을 뜨고 볼 수 있을지언정

마음속차마 남길 수 없는 황톳빛 강물로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돌리고 말았습니다


어느 날엔가 비는 그치게 될 테고

강물이 되어 흐르는 빗물에도

다시 물고기 떼헤엄치고, 날벌레들이 모여들어

지나는 여름을 향한  날갯짓하면

어느새 눈길은 그 풍경 속에 머물러 있습니다


누구나 오늘을 지나쳐 가야 하기에

저마다 새로운 짐을 껴안는 아침

이따금씩은 그 무게에 짓눌려 만신창이가 되

이따금씩은 짐을 벗어놓고 차디찬 개울을 건너

각각슬픔 하나씩 감추려 합니다


비가 그친 서쪽 하늘에 달은 보이지 않고

핏빛보다 붉은 장미 한 송이 떨어지려나 봅니다

온통 붉게 물들어 가는 그 모양새가 아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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