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어와도
늘 그 자리에서 그와 그녀가 손을 잡고 걸어오는 것을 보고 있었다.
어느 날엔가는 그와 그녀가 한 무리의 사람들과 함께 나무에게 와서 빨갛고 노란 색깔의 꽃을 뿌려주었고,
어느 날엔 나무를 둘러싸고 춤을 추었다.
어느 날부터는 그와 그녀가 둘을 꼭 닮은 아이들을 안고 나무에게 다가왔다.
그러면 나무는 그들에게 시원스런 바람이 오래된 가지를 흔드는 짙은 그늘을 내주었다.
어느 날에는 아이들이 먼저 달려와 나무를 만지고 쓰다듬는 손길을 느꼈고, 어느 날에는 아이들을 위한 그네와 나무 위 작은 오두막을 내주었다.
그렇게 나무는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어오는 세월을 겪으며 그와 그녀와 아이들과 함께 세월을 지나왔다.
그러던 어느 날 웃음기 없는 얼굴로 아이들이 다가와 나무가 흔들어 내는 바람소리를 한참이나 들으며 머물다 갔다.
그날 이후 그와 그녀는 더 이상 나무를 찾지 않았다.
아이들의 발걸음이 뜸해졌고, 비는 계속해서 내렸고, 바람은 더욱 세차게 불어왔다.
나무는 여전히 그 자리에서 비와 바람을 맞으며, 주인 잃은 그네를 밀고, 가지를 흔들어 바람소리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