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째 요란스럽게 쏟아져 내렸습니다
하루이틀이 지나고 거센 빗물은 강물에 이르러
두 눈을 뜨고 볼 수 있을지언정
마음속엔 차마 남길 수 없는 황톳빛 강물로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돌리고 말았습니다
어느 날엔가 비는 그치게 될 테고
강물이 되어 흐르는 빗물에도
다시 물고기 떼가 헤엄치고, 날벌레들이 모여들어
지나는 여름을 향한 듯 날갯짓하면
어느새 눈길은 그 풍경 속에 머물러 있습니다
누구나 오늘을 지나쳐 가야 하기에
저마다 새로운 짐을 껴안는 아침
이따금씩은 그 무게에 짓눌려 만신창이가 되고
이따금씩은 짐을 벗어놓고 차디찬 개울을 건너
제 각각의 슬픔 하나씩을 감추려 합니다
비가 그친 서쪽 하늘에 달은 보이지 않고
핏빛보다 붉은 장미 한 송이 떨어지려나 봅니다
온통 붉게 물들어 가는 그 모양새가 아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