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삼일에 대한 생각은 사람마다 상반되는 경향이 있다. 작심삼일이라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의견이 있는가하면, 그럴 거면 시작도 하지 말라는 의견도 있다. 나는 주로 후자의 의견을 지지한다. 그 이유는 몇 가지 되지만, 가장 주된 이유는 돈을 아끼기 위해서다. 모름지기 짠순이라면 고작 사자성어의 옳고 그름을 따질 때에도 가성비라는 잣대를 들이밀어야 하는 법.
사실이 그렇다. 무엇이든 시작을 하려면 품이 든다. 하다 못해 입문이 만만하다는 러닝도 푹신푹신한 러닝화 한 켤레는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어떤 것이든 시도하기 전에 지속 가능성을 따져본다. 작심일년 정도는 할 수 있는지 스스로 압박 면접을 한다. 옳지, 이건 내가 오래오래 할 수 있겠다고 생각이 들면 그제서야 장비를 구매한다. 만약 당신의 장래희망이 짠순이라면 나처럼 무슨 일이든 시작하기 전에, 그러니까 품을 들이기 전에, 작심일년 압박면접을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지금부터 소개할 무소비 전략들은 나의 압박 면접을 통과한 것들이다. 작심 후 일년 이상 되었거나, 그렇게 할 자신이 있는 녀석들이다. 내 전략들이 당신의 작심삼일을 넘어설 수 있을지, 당신의 압박 면접까지 통과할 수 있을지 따져보며 읽어주면 좋겠다. 나는 행여 당신의 품과 시간까지 낭비할까 조마조마한 사람이기 때문에.
가장 먼저 '식'과 관련된 전략을 소개하려 한다. 식습관은 우리의 소비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그런만큼 절약하기 가장 용이하다. 식습관에는 크게 두 양대산맥, 음식과 음료가 있다. 먼저 음식부터 살펴보자.
1. 같은 음식 먹기
혹시 당신은 매 끼마다 새로운 맛을 추구하는 미식가인가? 그렇다면 정말 안타깝게도 1번은 아주 힘든 수행이 될 것이다. 나는 운이 좋게도 같은 음식을 여러 번 반복해서 먹는 것에 거리낌이 없는 막입을 타고 났다. 이는 가히 짠순이계의 금수저와도 같은 재능이라고 할 수 있다. 같은 음식을 여러 번 먹어도 심리적 배탈이 나지 않는 사람은 돈을 많이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대용량으로 사면 저렴하다. 음식도 마찬가지다. 창고형 마트에 가면 부담스러울 만큼 많은 양을 저렴하게 판매한다. 혼자서 상하기 전에 먹어 치우려면 며칠 연속 그것만 먹어야 한다. 당신은 3일 연속 샐러드를 버틸 수 있는가? 벌써 물린다는 생각이 든다면, 당신은 4000원에 1끼 치 샐러드만 구매하면 된다. 내일은 샐러드 대신 다른 음식을 먹기 위해 또다른 지출을 해야만 한다. 하지만 만약 3일 연속 샐러드가 거뜬하다면, 당신은 4000원에 3끼 치 샐러드를 구매할 수 있다. 같은 음식을 먹는데 불쾌감이 없다면 싼 값에 많이 사서 돈을 아낄 수 있다.
2. 맛집 줄이기
우리나라의 외식 물가는 너무 비싸다. 너무 너무 너무 비싸다. 치킨이 2만원이 넘다니! 나는 이렇게 비싼 음식을 한 끼에 태울 용기가 없다. 게다가 안타깝게도 치킨 가격은 내 통제권 밖의 일이다. 그렇다면 하는 수 없다. 식욕을 통제하는 수 밖에. 그리하여 나는 그 좋아라 하는 뿌링클을 친구들과 n분의 1할 때 먹거나, 아주 가끔씩만 먹는다. 여기서 가끔은 3개월에 한 번 정도를 의미한다.
반면 마트에서 사먹는 식재료는 저렴하다. 뿌링클의 가격은 통제할 수 없지만, 한 끼에 먹을 식재료의 가격은 일정 범위 안에서 통제가 가능하다. 나는 주로 고구마, 닭가슴살, 아몬드브리즈, 견과류로 한 끼를 구성한다. 가격은 보수적으로 잡아도 평균 5000원 대 안에서 논다.
내가 좀 특이하다는 것을 인정한다. 내 주변에도 맛집은 양보 못 한다는 사람이 아주 많다. 여행을 가면 꼭 지역 음식을 맛 봐야 하고, 어딜 가든 '언제 또 여길 와보겠어?'하는 마음에 유명 맛집을 가야만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이 주류라는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비주류로서, 주류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지금 맛집을 포기하면 미래엔 음식 나부랭이보다 훨씬 더 큰 것을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 훨씬 더 큰 것은 부동산이 될 수도 있고, 자녀의 꿈이 될 수도 있다. 뭐가 됐든 음식 나부랭이들보단 가치 있을 것이다.
3. 도시락 싸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식을 해야만 하는 때가 있다. 식사 시간인데 외출했을 때 그렇다. 혹은 집이라도 도저히 식사를 차려 먹을 체력이 남아있지 않을 때도 그렇다. 이 글을 시간 내어 쓰는 나와 시간 내어 읽는 당신은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노력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런 우리에게 외식에서의 선택권은 그리 많지 않다. 내가 평소 먹는 식대, 한 끼 5000원 내외에서 외식을 하려면 삼각김밥, 컵라면, 빵 같은 가공식품을 선택해야 한다.
내가 아무리 짠순이라 할지라도 돈을 낭비하지 않으려다 건강을 낭비하는 것만큼은 정말로 참을 수가 없다. 삼각김밥, 컵라면, 빵은 그런 의미에서 참을 수 없는 음식이다. 흔히들 식재료가 자신의 존재감을 뚜렷이 드러낼 수록 건강한 식사라고 말한다. 고구마돈까스보단 고구마와 돼지고기를 따로 먹는 것이 더 건강한 것처럼 말이다. 삼각김밥, 컵라면, 빵은 식재료들의 주장이 흐지부지하므로 건강을 낭비하게 될 확률이 높다.
대신 도시락을 싼다. 내가 좋아하는 자기 주장이 강한 식재료들로만 한 가득. 조금만 번거로우면 누구나 할 수 있다. 조금만 귀찮으면 돈과 건강을 모두 낭비하지 않을 수 있다. 돈 좀 아끼려다 나중에 병원비로 다 나가는 일이 나에게도, 당신에게도 영영 없었으면 한다.
아래에 실제 내 식단을 소개한다. 맛집 대신, 식재료가 한 눈에 들어오는 음식을, 매일 똑같이 먹는다.
아침: 달걀, 고구마, 두유, 견과류
점심: 통곡물밥, 고등어구이, 블루베리, 단백질바
저녁: 병아리콩, 참치캔, 닭가슴살, 단백질셰이크
어떤가? 사실 당신의 반응이 조금 두렵다. 아마도 질색팔색을 할 것 같다. 맨날 똑같은 걸 먹으면 몸에 안 좋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시라. 가끔은 뿌링클도 먹는다! 가끔 먹으면 더 맛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