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저소비 습관 <옷>

by 이어진

지난 글에서는 식습관과 관련된 무소비 전략을 알아보았다. 이번에는 식습관 다음으로 우리에게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의습관, 그러니까 옷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한다. 대뜸 경고부터 하는데, 진정한 짠순이를 희망한다면 '옷 잘 입는다.'라는 말은 꿈도 꾸어서는 안 된다. 패션 센스와 전혀 관련 없는 인간으로서 감히 추측해보건데, 옷을 잘 입기 위해선 일단 옷이 많아야 하기 때문이다. 옷이 많으려면 돈을 많이 써야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의 목표는 거기에 있지 않다. 우리의 목표는 옷을 깔끔하게 입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또, 깨끗하게 입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설사 이틀 연속 같은 옷을 입고 출근하더라도 "어제 외박했어?"라는 질문을 받지 않는 옷. 다시 말해 기억에 남지 않는 옷을 입는 사람이다.


1. 무난 무색 무취

그러려면 우선, 최대한 '무난 무색 무취'한 옷을 사야한다. 추천하는 브랜드는 유니클로, 지오다노, 스파오다. 그 이상의 브랜드는 내기준에선 너무 고가이고, 또 너무 튄다. 남방을 산다고 가정해보자. 일단 색은 무채색으로 고정한다. 체크 무늬 절대 안 된다. 핏은 레귤러 핏이 좋다. 로고 박힌 건 웬만하면 피하자. 로고가 박혀 있는 옷이 사고 싶다면 예산을 올려야 한다. 우리가 목표로 하는 브랜드는 '로고는 좀 숨기고 싶은데..'하는 브랜드이다. 마지막으로 고려해야할 것은 '10년 후에도 입을 수 있는가?'이다. 그러려면 최대한 디테일이 적고, 난해하지 않은 디자인으로 골라야 한다. 디테일이 많을 수록 10년 후에는 예뻐보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생각보다 우리는 작은 디테일에도 쉽게 질려버린다.


2. 무한 변주

다음은 활용도가 높은 것으로 사야 한다. 예를 들어 신발을 사려 한다면, 최대한 다양한 스타일에 어울리는 신발을 골라야 하는 것이다. 세미 정장에도, 캐주얼한 복장에도, 츄리닝에도 어울리는 신발을 찾아야 한다. 그러면 선택권이 확 좁아질텐데, 개인적으로는 흰색 단화를 좋아한다. 된장색, 체크 무늬, 울퉁불퉁한 못난이 운동화는 제발...참아주시길. 특별한 우리의 소중한 개성은 결코 신발에서 드러나지 않는다. 어떤 옷에 매치해도 적당히 괜찮은, 활용도가 높은 것을 찾아보자.


3. 무조건 가서 사기

대부분의 옷은 인터넷이 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직접 가서 보고 사는 것을 좋아한다. 화면에서는 드러나지 않는 것이 직접 보고 만져보면 드러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우선 제일 중요한 것은 옷의 질감이다. 나는 하도 옷을 많이 만져봐서 이제는 대충만 만져도 빨면 줄어들 안감인지, 싸구려 원단인지, 까딱하면 보풀로 뒤덮일 옷감인지 알 수 있다. 이건 어떻게 글로 설명하기가 어렵다. 이해가 잘 안 된다면 당신의 엄마를 추천한다. 엄마와 함께 백화점 한 바퀴 싹 돌며 물어보시라. 세상의 모든 엄마들은 모르는 게 없으니까. 특히 옷에 관해서라면.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원단이 좋은 옷은 세월을 잘 버텨준다. 세월을 잘 버텨주면 다음 해에 비슷한 옷을 또 사지 않아도 된다. 무조건 싼 가격만 찾는 것이 아니라, 조금 비싸더라도 중복된 소비를 방지하는 습관을 들이자.


또, 직접 가서 입어보면 택배깡에서 실패할 확률을 현저히 줄일 수 있다. 생각보다 체형에 맞지도 않으면서 이미 배송받았다는 이유만으로 구매를 확정해버리는 사람이 많다. 환불과정이 귀찮기도 하고, 택배 비도 추가되니 대충 입는 것이다. 하지만 이역시 우리의 목표에 부합하지 않는 행위이다. 우리는 옷 잘입는다는 소리는 못 들어도 깔끔하게 입는다는 소리는 들어봐야 하는 사람들 아닌가! 귀찮아도 여러 벌 입어보다 보면 나에게 어울리는 게 뭔지 알게 된다. 실제로 나는 어깨선이 딱 떨어지는 옷이 잘 어울린다. 그래서 쇼핑 할 때 어깨선이 어떤지를 꼭 확인한다. 하도 많이 입어보니, 이제는 눈대중으로만 봐도 저정도 길이면 어깨선이 맞겠다는 직감이 온다. 나처럼 체형과 옷에 대한 고정관념이 생기면 시간과 체력을 많이 절약할 수 있다.


4. 수명 늘리기

솔직히 고백하는데, 사실 나는 빨래를 자주 하지 않는다. 세탁기의 다채로운 움직임이 내 옷의 수명을 줄인다고 믿기 때문이다. 운이 좋게도 나는 땀이 별로 없어서 잘 버텼지만, 빨래 주기는 각자의 땀에 맞게 조절하는 것이 나와 주변사람을 위해 이로울 것 같다. 다만 이것 하나 만큼은 강하게 주장하고 싶다. 옷에 이물질이 묻지 않게 주의하자! 이물질이 묻으면 꼼짝없이 세탁기 행이다! 행여나 김칫국물이라도 튀면... 아아 짠순이는 상상만 해도 가슴이 쓰리다. 누군가는 "빨면 되지~"라며 한 폭의 여유를 부릴 수도 있겠다. 그들의 그 너그러움이 매력적이라는 데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그 말은 짠순이의 쓰린 가슴에 고춧가루를 뿌리는 격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옷을 잘 관리하는 것이다. 퇴근하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옷을 걸어두자. 옷장에 제습제를 넣어두자. 옷이 구겨지지 않게 개어두자. 사소한 것 같아도 막상 지키려고 들면 어려운 습관들이다.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옷을 잘 관리해서 다음 해에 비슷한 옷을 또 사지 않아도 되는 것이 절약이라는 것을. 우리의 목표는 '옷에 돈을 안 쓰는 사람'이 아니라 '깨끗하고 깔끔한 옷을 입는 사람'이 되는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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