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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mille May 23. 2024

Fool in the Shower...샤워실의 바보

영어로 보는 삶의 풍경 #10

바보가 샤워실에 들어가 샤워를 튼다. "앗 뜨거워!" 그는 반대로 꼭지를 돌린다. "앗 차거워." 그는 또 반대로 꼭지를 돌린다. "앗 뜨거워." 적당한 온도가 될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애꿎은 수도꼭지만 괴롭히는 이 바보 같은 모습은 누구나 한번쯤 해본 경험이다.


"샤워실의 바보(Fool in the shower)"라는 표현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튼 프리드먼(Milton Friedman)이 사용한 비유다. 통화, 정부지원, 부동산 등 정부의 왔다 갔다 하는 조급하고 설익은 정책들을 지적하며 찬물과 뜨거운 물만 오가는 바보들 보다는 로봇이 기계적인 정책을 만드는 편이 낫다고 꼬집었다.



샤워실의 바보는 정부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빠른 결과를 원하는 조바심은 나를 일상의 냉탕과 온탕으로 바삐 오가게 만든다. 공부, 직장, 투자, 취미, 운동 등 현실의 다양한 현실에서 기다림과 숙성의 시간을 건너뛰고 '앗 뜨거' '앗 차거'를 반복하며 애꿎은 샤워기 탓을 해본 바보의 경험이 여럿 떠오른다.


선생도 샤워실의 바보다 (나의 고백이다). 똑똑한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을 빠르게 판단한다. 수업을 가르쳐보면 처음부터 뛰어난 소수의 학생들이 있다. 조금만 피드백을 주면 이 학생들은 순풍에 돛 단 듯이 학기를 날아간다. 이들은 여름날의 시원한 찬 물이다. 가르치기도 편하고, 내가 굉장한 선생이 된 것 같은 착각도 든다. 그런데 대다수의 학생들은 고만고만하고, 소수의 학생들은 능력이나 동기부여가 의심될 정도로 뜨거운 물이다. 여름날 마시자니 괴롭고, 식히자니 땀 흘리며 기다려야 한다. 그런데... 묵묵히, 천천히, 꿋꿋하게 숙성의 시간을 감내하고 열매를 맺는 학생들이 늘 있다. 시간이 지난 후 그들은 자신을 기다려주지 않은 샤워실의 바보가 누구였는지를 증명한다.




Fool me once, shame on you. Fool me twice, shame on me. (나를 한번 속이면 네가 창피해야 하고, 나를 두 번 속이면 내가 창피해야 한다.)


우리말로 "한번 속으면 속인 사람이 나쁜 사람이고, 두 번 속으면 속은 사람이 바보고, 세 번 속으면 그때는 공범이 된다"와 같은 표현이다. 국민들은 바보가 아니다. 그들은 영악해서 샤워실에서 혼자 격노하고 있는 정치권의 바보들을 정확하게 판단한다.


그런데... 교육은 바보가 되어가는 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번 속아주고, 두 번 속아 바보가 되고, 세 번 속아 그들과 공범이 될지언정, 창피해하지 않고 학생들과 함께 끝까지 걸어야 한다. 조바심과 선입견을 털어내고, 그들이 답을 찾고 용기를 내어 한 걸음 스스로 걸을 때까지 기다리고 또 기대하는 것. 결국 속을 것을 알지라도...


이렇게 오래 가르쳤는데도, 교육은 나의 길이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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