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mille Mar 06. 2024

Godspeed...너에게 닿을 수 있기를!

영어로 보는 삶의 풍경 #11


기약 없는 작별의 인사...


Adieu...

Farewell...

Godspeed...


이 중에서 제일 마음에 와닿는 표현은 'godspeed'입니다. 단지 안전하게 잘 가라는 인사가 아니라, 신께서 그의 여정을 보호해 주실 것을 바라는 화자의 간절한 심정이 단어 앞머리에 아로새겨져 있기 때문입니다. 영화 <처칠>에서는 처칠 수상이 노르망디로 떠나는 영국군을 배웅하며 이 인사를 전합니다. 미국이 영웅으로 존경하는 우주비행사 존 글렌이 최초로 지구 궤도비행에 올랐을 때 나사 통제실은 그에게 이 인사를 보냈고, 그가 95세를 일기로 사망했을 때에도 나사는 같은 인사로 그를 떠나보냈습니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미션, 죽음이 위협하는 험난한 여정의 길목, 죽음 이후에도 계속될 그 미지의 여정... 신께서 그 걸음을 인도해 주시기를 빌며, 우리는 Godspeed로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냅니다.




문득 이 인사를 전하고 싶은 친구들이 떠오릅니다. 21년 가을 우주를 배경으로 한 MMORPG 게임에 흠뻑 빠져있었습니다. 당시 우리 연맹은 서버에서 패권을 다투던 강력한 연맹이었고 다양한 국적의 연맹원들이 활동하고 있었습니다. 그중 우크라이나 멤버들이 몇 있었는데 참 괜찮은 친구들도 있었고 계속 소소한 말썽을 부리는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작은 사건들이 모여 불신과 반감이 상승했고 결국 영토 문제로 큰 문제가 터져 이들은 우리 연맹을 독재자라고 욕하며 단체로 이탈했습니다. 우리는 연맹을 이탈하면 기지를 불태우겠다고 이미 경고했기에 이들이 모여있는 기지를 공격했고 실드로 며칠을 버티던 우크라이나 플레이어들은 모두 게임을 접었습니다. 언쟁이 가열되면서 알게 됐지만 이들은 2014년 시작된 돈바스 전쟁에서 모두 함께 싸운 전우들이었습니다.


그중 Action이라는 친구를 참 좋아했는데 너만은 남아있으라는 간곡한 만류에도 불구하고 친구들과 떠나갔습니다. PVP 게임은 참 잔인합니다. 스크린 뒤에는 귀한 인격이 있지만 힘으로 정의가 규정되는 그곳에서 약자는 폭력과 약탈의 대상일 뿐입니다. 우리 연맹이 그들에게 한 짓은 가혹했습니다. 그럼에도 Action은 친구들에게 일일이 축복의 인사를 남기고 떠났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습니다.

강자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유린하는 광경을 보며 우리가 우크라이나 친구들에게 가했던 폭력이 겹쳐 보였습니다. 모두가 말을 아꼈고 마음 한 구석의 미안함과 수치심을 지워버릴 수 없었습니다. 사이버 공간에서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플레이어 간의 격한 설전과 싸움으로 들끓던 그때, 뒤늦게나마 Action에게 사과와 안부를 묻는 메일을 여러 번 보냈지만 물론 답신은 없었습니다. 군인이었던 이들은 다시 전장에 돌아갔겠지요. 그리고 내가 아는 그 친구는 용감하게 전우들과 함께 싸웠을 겁니다. 2년이 훌쩍 지나버린 전쟁... 지금 그들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키이우의 유령' 아바타를 걸고 은하를 날았던 DeathAngel은 오래전 게임을 떠났지만, 현실의 전쟁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매일 기도 가운데, 우크라이나의 평화와 얼굴도 모르는 멋진 친구 Action과 친구들을 위해 간구합니다. 오늘도 전투를 무사히 마치고 둘러앉아 그때 그 시절 못되게 굴었던 한국 친구들을 욕하며 웃고 있다면 얼마나 기쁠까요.


비록 우리가 멀리 떨어져 걸을지라도, 당신이 이 땅에 아직 함께 있어, 그 여정의 굽이굽이에서 서로에게 Godspeed를 외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꿈꿔봅니다.


Godspeed guys!

Godspeed on your journey home!



이전 10화 Fool in the Shower...샤워실의 바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