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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mille Feb 20. 2024

Hotspur...패배를 두려워하지 않는 '닥돌' 정신

영어로 보는 삶의 풍경 #13


손흥민 선수가 활약하고 있는 토트넘 홋스퍼(Tottenham Hotspur FC)의 'hotspur'는 직역하면 '달궈진 박차' 즉 '무모한 사람'을 의미하는 일반 명사다. 달리는 말에 마구 박차를 가한다는 뜻이니 성격도 몹시 급한 사람이겠다. 그러나 클럽 명에 사용된 Hotspur의 유래에는 나름의 역사적인 배경이 있다.



Hotspur는 14세기 영국의 초대 노섬버랜드(Northumberland) 공작의 장남이었던 헨리(약칭, 해리) 퍼시(Henry/Harry Percy)에게 붙여진 별명이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전쟁터에서 말에 마구 박차를 가하며 무서운 속도로 적진 한가운데 뛰어들어 명성을 얻었다 (말아 미안해). 그와 싸운 스코틀랜드 인들은 믿을 수 없는 속도로 돌격해 오는 그를 홋스퍼라 부르며 떨었다.  그의 퍼시 가문은 리처드 2세의 신임을 받고 있었지만 그를 배신하고 헨리 4세를 도와 그를 왕으로 세운다. 그러나 이후 헨리 4세의 인색한 보상 대한 불만 등이 쌓여 자신이 더 나은 왕이 될 수 있다고 믿고 결국 반기를 든다.  


1403년 역사적인 슈르즈베리(Shrewsberry) 전투에서 초반 승기는 홋스퍼 쪽에 있었다. 고지의 지형적인 이점을 이용하여 선제 타격으로 적진을 뚫고 헨리왕의 목을 쳤지만 그것은 가짜 왕이었고 진짜 왕은 안전한 후방에 있었다. 근접 전투에는 능했으나 전략에서 밀린 홋스퍼는 결국 아버지의 군대와 합세하기 전에  헨리왕과 해리 왕자의 두 군대에 협공 당해 수적 열세로 패배한다. 그는 전장에서 쓰러지고 퍼시 가문은 몰락한다.


해리 홋스퍼의 죽음. 출처 위키피디아


194년 후에 셰익스피어가 쓴  <헨리 4세, 1부>에서는 동갑내기 라이벌인 헨리 4세의 아들 해리 왕자가(후에 헨리 5세) 해리 홋스퍼와 극적인 일대일 대결을 벌이는 장면이 나온다. 그러나 이것은 작가의 탁월한 각색일 뿐이다. 그가 실제로 누구에게 어떤 최후를 맞았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투구의 가리개를 여는 순간 화살에 얼굴을 맞아 쓰러졌다는 기록도 있고, 패배를 눈앞에 두고 홀로 말을 달려 적진에 마지막 돌격을 하다가 전사했다는 기록도 있다. 왠지 후자에 더 끌린다. 셰익스피어의 대사를 보면 요즘 자주 보는 '하늘 아래 두 개의 태양' 같은 정치적 수사의 원형이 보인다.


(5막 4장)

왕자:

내가 웨일스의 왕자다.

퍼시, 더 이상 내 영광을 탐하지 마라.

하나의 천공에 두 개의 별이 운행할 수 없듯이

하나의 영국을 해리 퍼시와 웨일스의 왕자가

함께 다스릴 수 없다.


도전자 홋스퍼는 쓰러졌다.

그렇게 별 하나가 사라진다.


잉글랜드 노섬벌랜드 안위크(Alnwick)성의 홋스퍼 동상


'홋스퍼'는 결국 언더독(underdog)이다. 그러나 그는 꺾이지 않는 정신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패권에 과감히 도전하고 강자 앞에서 당당하다. 어떤 열세에서도 두려움 없이 말에 박차를 가하며 적진으로 돌진한다. 불굴의 용기, 도전의 카타르시스, 쓰러져도 또 일어나는 낭만적 영웅 서사... '닥돌'밖에 몰랐던 홋스퍼는 어쩌면 이리저리 치여 사는 언더독들의 열망을 대변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런 그에게 영감을 받은 클럽이 토트넘이다. 퍼시 가문은 런던의 노섬버랜드 공원지역에 땅을 소유하고 있었고 그곳을 홈으로 토트넘 클럽의 초기 경기들이 벌어졌다.


프리미어 리그 출범 후 '무관'의 (토트넘) 홋스퍼스가 혹시나 컵을 들어 올려 왕권을 쟁취하는 그날이 온다면, 그들은 더 이상 홋스퍼가 아닐 것이다... (그럼 레알 토트넘인가?)


토튼햄의 심벌은 왜 닭일까? 엄밀히 말하면 어린 수탉(cockerel)이고 싸움닭이다. 당시 닭싸움은 큰 인기였고 홋스퍼는 수탉에게 박차를 달아 싸움시키는 것을 좋아했다는 설이 있다 (혹은 박차처럼 보이는 며느리발톱일 수도 있다). 아무튼 젊은 혈기로 그저 앞으로 들이박는 싸움닭의 엠블럼도 결국 홋스퍼 정신을 상징한다. 지금은 엠블럼 하단에서 사라진 "To dare is to do," 즉 "용감한 것은 행동하는 것이다"라는 모토도 같은 맥락이겠다.



손흥민 선수가 '해리 홋스퍼'가 아니라 '해리 더 킹' 되기를 응원한다.


그 꿈을 이룰 때까지, 설사 못 이룬다 하더라도,


우리 언더독들은 홋스퍼인 그와 함께 달릴 것이다.


그가 질주할 때, 우리의 작은 심장은 마구 뛰고


그가 골을 넣을 때, 우리의 새가슴에서 환호가 터진다.


그의 라인 브레이크와 폭발하는  스피드,


적마저 칭송하는 쏘니의 돌격을 보며 밤을 샌 우리는


암담한 월요일의 적진을 돌파하고


옥죄는 현실의 골대에 통쾌하게 차 넣을


역전골을 꿈꿔본다.


그것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CO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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