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mille Jun 09. 2024

Kindred Spirit...내 영혼의 반쪽

영어로 보는 삶의 풍경 #15


Kindred spirit: 마음이 통하는 사람, 영혼이 닮은 사람

Soulmate: 영혼의 짝, 영혼이 통하는 사람

Twin flame: 내 영혼의 반쪽


나와 특별한 관계를 일컫는 이 세 가지 표현은 서로 호환해서 사용되기도 하지만 나름 각각의 특색이 있다.


Kindred spirit:

나랑 참 비슷하다. 함께 있으면 친밀감을 느끼고 마음이 편하다. 같은 곳을 보고, 같은 것을 느끼고, 같은 것을 말한다. 통역이 필요 없다. 서로를 구속하거나 테스트하지 않는다. 절친이나 연인을 스윗하게 부를 때 쓰지만 꼭 친한 사이에 국한되지는 않는다. 즐거운 발견일 뿐 서로를 굳이 길들이지 않는다.


Soulmate:

Kindred spirit를 기반으로, 보다 개인적으로 깊은 관계를 맺은 사이다. 정서적으로, 정신적으로, 때론 이성의 관계로 서로의 삶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우정과 사랑의 속성이 그러하듯 기쁨도 크지만 관계를 지키기 위해 상당한 노고와 희생도 기꺼이 감수한다.


Twin flames:

"사랑은 두 몸에 깃들인 하나의 영혼"이라고 아리스토텔레스는 말했다.  세상  하나뿐인 나의 쌍둥이 불꽃이자  영혼의 반쪽.  독보적이고 배타적인 'eternal singular'의 관계다. 이 전쟁 같은 강렬한 사랑은 자신을 불사르는 고통의 연금술로 서로를 정금같이 단련한다.




빨강머리 앤은 자신의 "내밀한 영혼을 고백할 수 있는 통하는 친구(kindred spirit)"를 갈망하던 중 자신의 깨달음을 마릴라에게 털어놓는다.


"마음이 통하는 사람은 제가 생각했던 것처럼 드물지 않아요. 세상에 그런 사람이 많다는 건 정말 근사해요."



어린 시절, 나의 kindred spirits는 함께 뛰놀던 친구들이었다. '깐부'를 맺고 구슬과 딱지, 학용품을 공유하며 해질 때까지 함께 골목길과 들판을 누비던 꼬마에게 세상엔 맘이 통하는 친구들이 참 많아 보였다. 사춘기 시절에는 몇몇 친구들이 soulmate였다. 뭐 그리 할 얘기가 많았는지, 교실에서, 운동장에서, 과외를 빼먹고 친구의 좁은 방 안에서 우리는 웃고, 떠들고, 다투고, 화해하며 우정을 쌓았다. 그리고 그 무렵 찾아온 2년짜리 서툰 첫사랑은 내 영혼의 반쪽, twin flames의 현현이었다.


어느덧 내 몸에 세월의 때가 켜켜이 쌓이고, 묵직한 인생의 짐들이 늘어나면서, 영원할 것 같았던 영혼의 벗들은 하나 둘 내게서 사라져 갔다. 마리우스의 노래처럼, "창문에는 유령의 얼굴들, 바닥에는 유령의 그림자, 친구들을 더 이상 만날 수 없는 빈 의자와 빈 테이블"은 그저 돌아갈 수 없는 시린 추억으로 내 마음 한켠에 남아있다. 마음은커녕 말도 통하지 않아 질식할 것 같은 이 오염된 어른은 마음이 통하는 사람이 많다는 소녀 앤에게 심사가 뒤틀려 한 마디 던진다: "너도 어른이 되어봐라."



그런데...


미하엘 엔데의 소설 <끝없는 이야기>의 주인공 바스티안이 소원을 이루기 위해 자신의 기억들 차례로 잃어버린 것처럼, 현실욕망들을 항해 달리며 영혼의 벗들을 하나씩 기억에서 지운 것은 바로 나였다. 이런저런 이유와 핑계로 그들을 밀어내고 버려두어  황폐해진 내 마음의 정원에는 바스티안처럼 그렇게 마지막 영혼의 기억 한 조각만 남았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단 하나 남은 기억을 떠나보내며 사랑하고 싶다고 빌었던 바스티안의 마지막 소원처럼...


나도 내 마지막 기억을 걸고 그처럼 간절히 사랑을 구한다. 깐부처럼 그대가 나의 온 세상이 되었던 그 단순한 사랑. 모든 것을 바라고, 모든 것을 믿는 어린아이의 사랑....




테이블 하나에 의자 두 개. 내 앞에 앉은 그 사람.


영혼의 숨결과 울림을 느끼고 화답해 줄 그 한 사람.


잃어버린 영혼의 마지막 기억을 대가로 그 사람이 들어오고,


잃었던 모든 청춘의 기억이 그와 함께 살아난다.


푸르렀던 그날들처럼 손을 잡고, 걷고, 웃으며 재잘거리고, 우리 앞에 놓인 모험의 길들을 용감하게 함께 누비며,


끊어졌던 단짝의 이야기는 그렇게 끝없는 이야기로 다시 이어진다.


두 개의 쌍둥이 불꽃이 만나, 하나의 불이 되고, 어두웠던 세상은 비로소 그 빛깔을 되찾아 다채롭게 빛을 발한다....



이전 14화 Keep Calm & Carry On...항해의 나침반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