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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mille Jun 03. 2024

Hang in There...구조대의 불빛

영어로 보는 삶의 풍경 #12

Hang in there: 버텨. 포기하지 마.  

You got this: 넌 할 수 있어.


"키야악~ 쿠아악~"


사방에서 팔을 뻗으며 몰려드는 좀비들. 생존자는 이제 갈 곳이 없다. 여기까지인가... 빈 총과 피 묻은 칼을 힘없이 내려놓고 그의 무릎은 힘을 잃고 주저앉는다. 바로 그때 무전기를 통해 들려오는 친구의 목소리와 다가오는 불빛..


"버텨. 우리가 가고 있어!"

(Hang in there. We are coming for you!)



전쟁, 재난, 대재앙 등 극단적 상황을 다루는 수많은 액션 영화들에서 자주 등장하는 이 대사는 죽음 직전까지 갔던 주인공에게 새로운 힘을 주고, 버렸던 희망을 되찾게 하는 신비한 능력이 있다.


척박한 현실 속에서, 때론 좀비 같은 장애물들에 갇혀 고립무원의 상황에 놓일 때가 있다. 그때 가장 듣고 싶은 소리는 긴 훈계도 아니고, 정답도 아니고, 현학적인 분석도 아닌... 마음으로 전하는 단순한 격려의 한 마디가 아닐까?


마음이 몹시 어려웠던 시절, 나를 걱정했던 두 사람이 찾아왔다. 똑똑했던 한 사람은 올곧은 신념으로 내게 무엇이 옳은 길인지 알려주었고 자신이 나를 찾아온 것에 대해 고마워해야 한다는 말로 완벽한 결론을 맺었다. 다른 한 사람은 마땅한 말을 찾지 못해 연신 한숨만 쉬다가 어깨를 툭 치곤 어눌하게 "잘할 거야. 잘 될 거야." 라는 말을 남기고 조용히 떠났다. 위로와 격려는 말이 짧고 침묵이 길 수록 힘이 있다는 역설을 그때 경험했다,


"버티자. 넌 할 수 있어."

(Hang in there. You got this.)


공기의 파동을 타고 전해지는 그 진심 어린 한 마디는 나를 구하러 오는 구조대의 불빛처럼 내 마음을 밝히고 한번 더 희망을 갖고 싸워볼 수 있는 용기를 준다. 그리고 나도 그들을 향해 달려가는 구조대가 되어본다. 병상에 누워있는 친구에게, 격무에 시달리는 동료에게, 떨어져 있는 가족에게, 삶의 턱걸이에서 숨차하는 모든 사랑하는 이들에게 외쳐본다.


You got this! Hang in there!




"아아악~."


구조대는 너무 늦게 도착했다. 생존자는 이미 좀비들에게 삼켜져 보이지 않는다. 주인공의 구조작전은 실패했다. 그러나 그는 그 사실을 인정할 수 없어 좀비 떼를 향해 계속 돌진하려 한다. 자책과 수치로 범벅이 되어 친구를 잃은 그 자리를 떠나려 하지 않는다.


인생에서 성공과 실패의 비율은 생존자와 좀비의 그것과 비슷해 보인다. 매달려 버텨야 할 때 보다 그만 놓아주어야 할 때가 더 많은지도 모른다.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버티기 위해서는 큰 힘과 용기가 필요하다. 그러나... 때로 그것을 놓아주기 위해서는 더 큰 힘과 용기가 필요하기도 하다. 매달려 버티는 것은 의지의 영역이지만 꽉 쥔 손을 놓는 것은 믿음의 영역이다.


그간 들인 수많은 시간과 노력, 자긍심, 나의 정체성, 실패의 낙인, 타인의 시선...


입고 있던 옷과 장신구를 모두 벗어버리듯, 이 모든 것을 내려놓는 의식은 수치와 혼돈의 시간일 수 있다. 동시에, 용감하게 놓았기에 찾아온 홀가분한 자유는 지평선 너머, 새로운 기회와 희망의 땅으 우리를 인도한다. 시간의 바람을 타고 우리의 여정은 계속된다.


버티는 것(hang in there)과 놓아주는 것(let it go)...


가혹한 운명은 늘 인생의 분기점에 선 인간에게 하나만 선택하라 명한다.




그리고...


좀비 떼 사이로 사라진 그 친구는 꿈에 나타나 주인공에게 이렇게 작별 인사를 전한다.


"Let me go, my friend. Let it go.
Now, you hang in there for me,
helping others..."


Cf. "Let It Go...바람이 데려갈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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