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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국 Sep 26. 2024

손편지

계속 군대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것 같아서 조금 그렇긴 하지만,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하겠다.

     

입대를 하고 첫 한 달은 훈련소에 들어가 여러 가지를 배우게 된다. 그 한 달은 핸드폰도 주어지지 않고, 전화도 매우 제한적이어서 세상과 거의 단절된 상태로 보내게 된다. 그 시기에는 몸이 힘들기도 하지만, 각자 주어지는 자유 시간을 보낼 방법이 없어 고민하기도 한다. 그래서 같은 분대원들과 함께 정신 나간 이야기도 하고, 밖에서는 어떤 것을 하다 왔는지 이야기하고, 책을 읽는 사람도 있다.

     

그렇게 힘든 훈련소 기간을 버티는 원동력은 다름 아닌 ‘인터넷 편지’이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매일 오는 지인들의 인터넷 편지는 하루를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었다.

     

인터넷 편지는 지인과 내가 존재하는 공간은 단절되어 있지만, 발신자와 수신자로 하여금 서로 긴 실로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한다.

     

하지만 인터넷 편지는 일방통행이기에, 내 생각을 상대방에게 전달하려면 손 편지를 써서 보내는 수밖에 없었다.

     

그전까지는 내가 쓴 손편지라고 해 봤자 어렸을 적 어버이날에 학교에서 써 갔던 짧고 진부한 내용의 편지뿐이었다.

     

하지만 상황이 그렇게 되고 나니, A4용지 크기의 편지지를 3장 채우는 것도 쉽게 되었고, 그렇게 정말 많은 편지를 쓴 것 같다. 어쩌면 지금 이렇게 길게 글을 쓸 수 있는 것도 그 당시의 영향이 조금은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이렇게 편지를 주고받은 기억은 지금도 따뜻함으로써 강렬하게 남아 있다. 절대 지워지지 않을 기억으로 말이다.

     

지금은 전역한 지 꽤 지났지만, 그때 받은 인터넷 편지들은 모두 간직하고 있다. 아마도 편지들에는 웃긴 내용도, 아무 의미 없는 내용도, 오글거리는 내용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내용도 여럿 있었을 것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소통을 한다. 지인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소통하고, 감정을 공유하고, 그들의 상황을 이해한다. 그런 과정에서 유대감이 생기고, 관계가 형성된다.

     

여기서 사실 좀 이상한 부분이 있다. 편지도 결국 의사소통이다. 우리가 상대방을 만나서 하는 말, 그리고 어떠한 의견 같은 것들을 글로 써서 상대에게 주는 것일 뿐이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편지를 특별하게 생각하는 것일까? 

    

조금 생각해 보았고, 그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아무리 아름답고, 감동적인 말이어도 한 번 뱉은 말은 공기 중으로 사라진다. 상대방이 그 말을 기억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잊기 마련이고, 당시의 분위기, 상황, 감정에 대한 기억은 더더욱 소실되기 쉽다. 하지만 편지가 있으면 편지를 쓴 사람의 말을 계속해서 볼 수 있고, 편지를 매개체로 그 당시의 기억이 생생하게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이유는 더 있다. 편지를 쓰는 것은 상대방의 얼굴을 직접 보고 말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조금 더 진심에 가까운 말을 쓸 수 있고, 그 편지를 받아서 읽는 입장에서도 조금 더 따뜻하게 느낄 수 있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편지를 ‘준다’는 것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그저 하는 것이 아닌 말을, 진심을, 감정을 받는 이에게 ‘선물’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우리는 편지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그만큼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주변에 편지를 쓰는 것을 어려워하는 사람은 봤어도, 받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당신도 진심을 전하기 힘들다면 편지를 써 보는 것은 어떨까? 물론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 말이다.

     

PS. 무작정 고백은 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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