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 푸념
봄날의 포근한 따스함이 찰나와 같이 지나갔습니다. 4월의 온기를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은 우리의 바람은 나비의 날갯짓만큼이나 미약하게 사그라들었고, 지나간 봄에 대한 아쉬운 마음을 달랠 겨를도 없이 여름은 찾아왔습니다. 여름은 늘 갑작스레 봄을 밀어냅니다. 갑자기 등장한 여름은 우리의 아쉬움에 미안한 마음을 표시하듯 청명한 하늘과 싱그러운 초록들이 주위를 가득 채웁니다.
그렇게 우리는 봄을 뒤로한 채 여름을 맞이합니다. 다가온 여름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익숙해지려 노력해 봅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곁을 쉽게 내주지 않으려는 듯, 여름은 발끝에 장마라는 방해꾼을 달고 온다. 이 장마라는 녀석은 도통 친해질 수가 없습니다.
장마는,
매우 용모가 우중충하게 흐립니다.
잠잠하다가 언제 쏟아질지 모르는 성격은 매우 변덕스럽고,
그 성격에 비위를 맞추려다 보니 손이 많이 갑니다.
이런 성향 때문에 친해질 마음이 없어 밀어내고 멀어지려 하지만,
끈적이게 달라붙어 집착하며 떨어지지 않습니다.
결국 장마가 제 풀에 지쳐 먼저 떠나가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 과정이 매우 지치고 지겨울 것입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배수구에 끝없이 빨려드는 물줄기 같이 하염없이 밀려드는 장마를 결국에 버티고, 화창한 여름과 곧 다가올 가을을 준비할 겁니다. 이러나 저라나 지나간다는 사실을 알기에 모두가 버틸 수 있습니다.
삶은 살아가다 보면 우리를 힘들게 하는 일이 매번 반복됩니다. 매년 찾아오는 장마와 같이 말이죠. 장마철 시큰한 무릎과 숨 막히게 텁텁한 공기처럼 우리를 괴롭히겠죠. 하지만 힘든 일은 장마와 같기에 어느 순간 지나가 있을 겁니다. 그렇기에 너무 어려운 상황에 낙담하지는 맙시다. 또 지나가더라도 언제든 찾아올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마음을 다잡아 봅시다. 반복되는 어려움에 익숙해지다 보면, 의연하게 대처할 정도의 여유는 생길 테니. 장마철에 제습기 틀고, 수박 썰어 먹으며, 공포영화 한 편 보듯이 말입니다.
저도 아직은 이 장마에 기분이 롤러코스터 타듯 오르락내리락하면 짜증 가득이지만, 마음에 제습기 하나 틀어놓고 말려보려 합니다. 다 같이 긴 장마가 끝나고 여름이 지나, 다가올 선선한 가을에 서로 웃으며 마주하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