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아니라 잠시 쉬어가는 것
세미콜론이라는 문장부호를 아시나요?
사전적 의미로는 “부호‘;’의 이름. 문장을 일단 끊었다가 이어서 설명을 더 계속할 경우에 쓴다. 주로 예를 들어 설명하거나 설명의 추가하여 덧붙이는 경우에 쓴다.” 블라블라…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어딘가 발췌, 사전에 쓰인 뜻으로는 한 번도 사용해 본 적 없고, 머지않던 옛날에 어릴 적 인터넷 채팅에서 땀 흘리는 표시로 사용하던 부호네요. 지금도 가끔 사용해 볼까 키 패드에 손이 가지만 요즘에는 사용하는 사람도 없고 괜스레 나이 들어 보일까 봐 사용이 꺼려집니다. 손에서 키패드까지의 거리만큼은 세상이 무서워진 탓이겠지요. 세미콜론을 거침없이 쓰던 어린 시절보다는요.
세미콜론에서 손이 멀어지기까지 참 많은 일이 있었어요. 뭐라고 특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일들이. 사람들에게 받은 상처, 나 자신에 대한 실망감, 녹록지 않은 환경 따위가 어우러져 포탄이 되고 총알이 되어 하늘이 무너질 듯 쏟아져내렸어요. 오랫동안. 속절없이 맞고 받아들이다 보니 마음에 검은 탄착군이 생겨 검은 점을 이루네요. 마침표 같은 점 말이에요. 모든 것이 지겨워 전부 끝내고 싶은 마침표 가요. 어쩌면 점이 아니라 마음에 생긴 멍이었을까요?
탄이 빗발치던 하늘만 바라보다 지쳐 결국 고개를 떨궈봅니다. 위만 바라봤을 때는 보이지 않던 점이 하나 더 그려져 있는데 아까 그려진 마침표와 다른 점이 있다면 꼬랑지 하나가 내게 손을 내밀어요. 조금만 앉아서 쉬어가라고 속삭이는 것 같아요. 내밀어 준 손을 잡고 꼬랑지와 점 사이의 조금은 뾰족하게 파인 홈에 앉아 한숨 돌려봐요. 막 튼튼하지는 않지만 내 몸 하나 뉘어 쉴 수 있고, 상처 주는 빗발을 막아주는 방공호 되어 주네요. 그동안 받은 상처도 어찌어찌 고쳐봅니다. 아주 잠깐만 쉬어가면 다시 하늘을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문장을 일단 끊었다가 이어서 설명을 더 계속할 경우에 쓴다.” 좀 쉬고 나니 세미콜론의 의미가 조금은 눈에 들어와요. 모양도 다시 보이고요. 마침표와 쉼표가 왜 같이 있는지 알겠어요. 마찬가지로 우리 삶에 모든 게 끝나버린 것 같이 절망스럽고 인생에 마침표를 찍은 것 같은 때 실제로는 끝난 게 아니었어요. 끝이 아니니 잠깐 쉬어가라는 것이었어요. 그래야만 우리의 이야기를 계속해 나갈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