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낭비
사람의 마음도 어떠한 시제에 종속된다고 한다면 현재, 과거, 미래 중 어느 시점에 마음을 붙들어 놓고 살고 있는가? 사람은 복잡하고 입체적인 존재이기에 어떤 시점에만 얽매여 살지 않고 그것을 칼처럼 딱 잘라 나눌 수도 없을 것이다. 최근에 읽은 자기개발서에서는 사람은 미래진행형으로 살아야 된다고 충고한다. 하지만 그건 성공한 사람이기에 감히 말할 수 있는 참견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과거에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으며 과거란 족쇄를 차고 살아간다. 그 족쇄가 너무 무거워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질질거리면서도 놓지 못한다.
경제학에서 매몰비용이라는 용어가 있다. 매몰비용이란 한 번 지불하여 사용한 후에는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비용을 뜻한다. 엎질러진 물과 같이 어떠한 수를 써도 돌이킬 수 없다. 그렇기에 투입된 매몰비용은 포기하여 고려하지 않고 다음을 선택하는 것이 경제학적으로 합리적인 선택이다. 예를 들어 음식점에서 시킨 음식이 맛이 없어 나에게 효용이 나지 않는다면, 과감하게 버리고 다른 맛있는 음식을 시키는 게 경제적 효용 측면에서 합리적인 선택이다. 그러나 우리는 매몰비용을 놓지 못하고 항상 비합리적인 선택을 한다. 맛없는 음식을 꾸역꾸역 목 끝까지 채워 넣으며 말이다.
이러한 매몰비용이 비단 경제학에서만 쓰이는 일이 아니라 사람들의 일상에서도 빈번하게 발생하는 일이다. 합격의 가능성이 보이지 않음에도 그동안 수험 기간이 아까워 붙들고 있는 시험, 커리어에 발전이 안 보임에도 그동안의 경력이 아까워 떠나지 못하는 회사, 이미 볼장 다 본 연인에게 지난 정 때문에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과 같이 의미를 잃은 일에 붙잡혀 인생이라는 가계부에 매몰비용으로 깜지를 끄적이며 삶을 낭비한다.
물론 그들이 투자한 시간을 마냥 비난할 마음은 없다. 그래도 처음에는 배울 점들이 분명하게 있었을 것이고 매몰비용이 아닌 투자비용일 때도 있었을 것이다. 다만 더 이상의 투자로 과정에서 얻어지는 것이 없을 때 단호하게 새로운 시작을 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결국 우리가 마음을 써서 지분을 쏟아야 하는 것은 이미 들어간 과거의 노력이 아니라 투자한 비용이 우리에게 어떠한 모습으로 반사되어 돌아왔냐를 보는 것에 마음을 쏟어야 한다. 돌아오는 결과물이 가치가 있는 것인지 없는 것인지 구별하여 매몰비용과 투자비용의 경계를 볼 수 있는 그때 우리는 과거 시제 머무르는 게 아니라 미래진행형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