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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놀이치료사 윤쌤 Aug 05. 2024

폐암 4기 : 그럼에도 안온했던 날들

   2022년 3월... 온 몸을 샅샅이 검사한 결과 애석하게도 엄마는 폐암 4기 였어요. 집근처 병원에서 간에 종양이 보인다고 했던 것과 간암이라는 진단을 먼저 받았지만, 사실 엄마의 폐에서 시작된 암이 이미 간과 뼈에 전이된 것이었죠. 병원에서는 이 정도 전이가 되었다면, 그간 통증이 심했을 텐데 어떻게 참았는지 궁금해할 정도였어요.


    주치의가 엄마에게 직접적으로 4기, 여명 6개월이라는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저는 금방 알 수 있었어요. 엄마의 폐에서 시작된 암이 이미 간과 뼈에 퍼졌다는 건 수술과 완치가 불가능한 상태라는 것을요. 더구나 엄마의 폐암은 오른쪽 폐 뒷면 귀퉁이에서 시작되어 그 위치를 파악하는데에도 아주 애를 먹었어요. 그럼에도 가족들은 엄마에게 포기하지 마시고 앞으로 잘 관리하면서 치료해보자는 주치의가 그저 고마웠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이야기였지만 뼈에 전이되었다는 것은 암세포가 지나간 뼈 자리에 미세한 실금이 있다는 뜻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엄마에게는 일반적인 암환자와 달리 운동을 하라는 권유가 전혀 없었고, 보호자인 아빠에게는 특별히 낙상과 골절을 주의해야 한다는 주치의 특별 당부가 있었어요.


   2022년 3월은 "키트루다" 라는 고가의 면역항암제가 건강보험 적용을 받게 된 시점이었어요. 폐암 치료의 새로운 시대가 열린다는 기사들도 많았죠. 주치의는 물론 가족 모두가 이 항암제가 부디 엄마에게 잘 맞기를 간절히 바랬어요.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를 3주 간격으로 3회차 정도를 맞았을 때, 더 이상 효과가 없다는 소견을 들었어요. 처음으로 다른 항암제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죠. 항암은 나에게 맞는 약을 찾아 적기에 맞아야 하는 시간과의 싸움이더라고요. 어떤 약이 환자에게 잘 맞을 지는 의사도 100% 확신할 수 없었고요.


   그저 엄마의 몸이 이 치료제를 잘 견뎌주기를.. 엄마에게 그 약이 잘 맞기를 바라고 기도할 뿐.. 가족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어요.


   그러다 주치의가 엄마를 간호사에게 부탁하고 아빠에게만 이야기를 꺼냈어요.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 비급여 항암제였죠. 그 항암제는 몸무게에 비례계산해서 맞아야 했는데 엄마의 기준 1회차에 400만원 정도였어요. 주치의는 해외 학회의 사례를 설명하며, "이 약은 폐암 항암제는 아니지만, 엄마와 같은 유전자 변이가 일어난 환자에게 효과가 좋았다"고 했어요. 그래서 이 약이 잘 맞을 것 같다며 추천했고, 가족들 모두 흔쾌히 그 의견을 존중했어요. 그렇게 엄마는 그 항암제를 12번 맞았고 큰 효과를 보았습니다. 주치의와 병원 관계자들이 모두 놀랄만큼..


   그 1년여의 기간은 가족들 모두 엄마가 암 진단을 받기 전보다도 컨디션이 좋았고, 겉보기에는 항암치료하는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할만큼 건강해보였어요. 3주에 한번 큰 치료비에 대한 부담이 컸지만, 돌아보니 돌아보니 그 시절이 가장 안온한 날들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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