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울뿐인 대기업 과장
나는 누구나 알만한 대기업에 10년 이상 근무하며 과장 직급에 자리하고 있다.
다른 누군가가 나의 겉모습만 본다면 부러워할 수 있겠으나, 나의 속내를 보면 그렇지 않을 것이다.
인생 한방을 꿈꿔 부동산 투자를 실행하였고 그로 인해 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을 일으켰다.(=영끌),
영끌의 끝은 다달이 늘어만 가는 대출금 이자의 압박에 월급 대부분이 소비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본캐는 빚쟁이이고 부캐가 대기업 과장의 직함을 달고 있는 것 같이 느꼈다.
그만큼 나의 자존감은 바닥까지 떨어진 상태였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이 모든 상황들은 내가 선택하고 내가 결정하여 벌어진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런 사실을 망각하고 가끔씩 생활고로 인해 들려오는 아내의 핀잔에 버럭 화를 내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후회할 줄 알면서도 제일 가깝고 보호해주어야 할 가족에게 화를 내고 있는 못난 가장이 된 것이다.
약간의 지출이라도 줄이기 위해 가계부를 들여다보았다.
생활고를 겪다 보니 줄일 수 있는 지출항목은 최대한 줄여야 했고 생각보다 그런 항목들이 꽤 많았다.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줄일 수 있는 것들을 내버려 둔 지출항목이 많았던 것이다.
첫 번째 행보로 2년 약정이 지난 휴대폰의 요금제를 알뜰요금제로 바꾸는 것이 첫행보였다.
평균적으로 사용하는 월 데이터량에 맞는 알뜰요금제를 선택하니 대략 3~4만 원 수준 절약이 가능하였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누구나 사용하는 통신료는 한편으로 정말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로 불필요하게 가입되어 있던 OTT 서비스들을 모두 가입해제 했다.
유튜브 프리미엄을 가입하여 스트리밍 서비스와 평소 즐겨보는 유튜브 동영상에 대한 혜택을 함께 보았고,
이로 인해 멜론과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들은 모두 해제하였다.
중복 가입되어 있던 OTT 요금제도 아내가 가입한 아이디 하나로 몰아서 보게 되었다. (사실 볼 시간도 없었다.)
세 번째로 TV를 없애버린 우리 집 여건상 아파트 관리비 항목에 TV수신료로 붙은 1만 원 이하의 금액 또한 해지하여 이삭 줍기를 하였다.
이외에도 조금씩 그리고 혜택을 묶을 수 있는 건 묶어서 최대한 절약 내지 해지하였다.
하나씩 줄이다 보니 정말 필요한 고정지출항목들만 남았고,
보험도 손을 보고 싶었지만 극구 만류하는 아내의 이야기에 건드리지 않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최대한 지역화폐를 활용하기로 했다.
특히, 지역화폐를 충전하면 6~10%의 인센티브 금액 충전이 가능하여 약간 이나마 돈을 벌 수 있었고 내가 사는 지역 대부분의 가게에서 거래가 가능하니 안쓸 이유가 없었다.
이삭 줍기를 하니 생각보다 꽤? 지출을 줄일 수 있었다.
위와 같은 지출항목들이 다달이 수도꼭지에 물이 세듯 새어 나갔다는 것이 너무 안타깝고 아까웠다.
불필요한 지출을 줄여 저축 혹은 재테크로 반환하였다면, 지금의 고통과 죄책감은 따르지 않았을 것이다.
뒤늦게 후회하지만 지출을 착출하고 그로 인한 비용을 투자나 저축으로 반환할 수 있다면 그만한 합리적인 재테크는 없다고 본다.
총각시절 누구보다 먼저 식사자리에 카드를 내밀지 않은 일이 없었다.
친구들과 지인들 사이에선 쾌남으로 통했고 그만큼 나는 얻어먹는 것이 싫었고 빚지고 보는 자리는 싫었던 사람이었다.
그랬던 사람이 카드를 내미는 것이 두려워지고 인색해지니 나 자신이 부끄럽고 싫어졌다.
지금은 사람들을 만나기 전 결제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계산적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가계 재정상 불필요한 지출을 모두 없앴더라도 생활비가 부족한 상태였다.
정말 벼랑 끝까지 내몰린 상황이었다.
내가 일으킨 상황이기에 잠자코 보고만 있을 수 없었고 직접 진화에 나서야 했다.
그때부터 생각의 영역을 확장하기로 했다.
안된다는 것은 없다. 일단 시도하고 실행하자라는 마인드로 말이다.
아이러니하지만 월급 외 수입을 얻기 위해 시도한 부동산 투자로 인해 또 다른 부수입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지금의 상황을 반추해 보면 투자를 하지 않은 상태로 돌아가 벼랑 끝의 마인드셋으로 부수입을 만들게 된다면 그 또한 수입을 늘리는 방향이고 투자를 위한 길이 된다.
결국 마인드의 차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