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의 세계에서의 “폭력과 괴롭힘”이라는 용어는, 그 발생이 일회적이든 반복적이든 간에, 신체적, 정신적, 성적(性的) 또는 경제적 피해(harm)를 의도했거나, 이를 초래했거나 초래할 개연성이 있는, 용인할 수 없는 다양한 행위 및 관행 또는 그것들의 위협을 말하고, 성별에 기한 폭력 및 괴롭힘을 포함한다.
“성별에 기한 폭력과 괴롭힘”이라는 용어는 그의 성별 또는 성을 이유로 사람에 대하여 가해지거나 특정한 성별 또는 성의 사람에 대하여 편중되게 영향을 미치는 폭력 및 괴롭힘을 의미하고, 성적 괴롭힘을 포함한다.
'폭력과 괴롭힘’이라는 용어는, 이를 적용함에 있어 차별적 사유 (discriminato ry grounds)에 반드시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그 대신에 신체적, 정신적, 성적(性 的) 또는 경제적 피해를 의도했거나 초래하였거나 초래할 개연성이 있는 행위 또는 관행에 대한 보호에 기반하고 있다. 다시 말해, 성별, 국적, 민족적 출신 등을 이유로 또는 그와 관련하여 폭력과 괴롭힘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그러한 피해를 의도했거나 하는 경우에는 위와 같은 폭력과 괴롭힘에 해당하는 것으로 규정된 것이다. 둘째, 정신적 또는 신체적 피해뿐만 아니라 ‘성적 또는 경제적 피해’를 의도하거나 초래했거나 초래할 개연성이 있는 행위에 대하여 규율함으로써 괴롭힘 또는 폭력의 범위를 대폭 확대하고 있다. 이로써 신체 학대, 언어적 학대, 집단 괴롭힘(bullying and mobbing), 성적 괴롭힘, 위협 및 스토킹 등 매우 다양한 폭력과 괴롭힘의 양태와 표현이 괴롭힘 등에 포섭되도록 보장되는 것이 다. 특히나, 그러한 피해를 의도한 행위뿐만 아니라, 이를 초래했거나 초래할 개연성이 있는 행위를 별개의 독립된 요건으로 규율함으로써, 괴롭힘 또는 폭력의 범위가 상당 정도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그러한 규율 방식으로 인하여, “어느 개인은, 피해를 끼칠 가해자 측의 직접적 의도가 없지만, 적대적 환경 조성이 포함될 수 있는 그러한 행위 및 관행의 단지 예기치 못한 특성으로 말미암아 받게” 된다. 셋째, 그러한 피해를 의도했거나 초래했거나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 행위 또는 관행의 ‘위협’(threats)도 그 규율 대상으로 하고 있다. 끝으로, 행위의 양태와 관련해서도 반복적이든, 일회적이든 불문하고 있다.
직장 괴롭힘의 요건과 그 판단
1. 직장 내 지위 또는 관계 등 우위를 이용한 행위일 것
2. 신체적 또는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일 것
3. 고통 또는 근무환경 악화가 업무상 적정범위를 초과할 것
‘괴롭히는 행동’은 피해자에 대한 굴욕적이고 모욕적인 행동을 뜻하고, 괴롭 힘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사람에게 미친 영향으로부터 판단하되 악의 또는 가해 의사는 성립요건이 아니며 결정적인 요건도 아니며,'반복성’은 괴롭힘이 되는 행동,언사,동작 또는 몸짓이 여러 차례 반복되고 각각의 행위가 독립적이 아니라 중첩적으로 일어나는 경우를 말한다고 한다.
‘적대적이거나 원하는 않은 행동’은 그러한 행동이 해당 근로자에게 적대적 이거나 공격적인 것이라고 합리적으로 규명하거나 아니면 해당 근로자가 그러한 행동에 반대의 의사표시를 했음을 증명하면 되고 반대의 의사가 꼭 명시적일 필요가 없으며 그 상황으로부터 추단 할 수 있으면 된다고 한다.
‘근로자의 존엄이나 정신적 또는 신체적 온전 성에 대한 영향’은 정신적 괴롭힘은 어떠한 경우에도 개인의 자존감과 온전성을 감소시키는 행위이며, ‘해당 근로자에게 유해 한 노동환경’은 근로자가 고립 또는 배제되거나, 위협 또는 지나친 통제나 스트레스 상태에 빠지게 되는 환경을 말한다고 한다. 일회성 행위라도 해로운 영향의 지속성이 있는 경우에는 괴롭힘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괴롭힘’은 ‘괴롭히다’의 명사형인데, ‘괴롭히다’의 문언적 의미는 ‘몸이나 마음이 편하지 않고 고통(苦痛)스럽게 하다’이거나 (표준 국어 대사전), ‘심리적으로 고통(苦痛)을 받아 견뎌 내기 힘들게 하다’,‘물리적인 고통으로 참기 어렵게 하다’(고려대 한국어 대사전)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괴롭힘’은 ‘고통(苦痛)’을 준다는 데 있고, 이는 근로기준법의 ‘신체 적. 정신적 고통’이라는 문언으로 표현되고 있는데,여기서 고통은 ‘몸이나 마음의 아픔이나 괴로움’을 의미한다.
고통의 원인은 정식적 고통이든, 신체적 또는 육체적 고통이든 상관이 없고, 신체적 고통과 정신적 고통을 한꺼번에 받아야 하는 것도 아니고, 어느 하나만을 느끼면 되는 것이다. 정신적 고통은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대표적일 것이고, 육체적 고통은 신체에 물리적 유형력, 즉 폭행 또는 상해를 직접 가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며, 무리한 작업을 일시에 하도록 요구 또는 지시함으로써 육체적으로 고통을 가하는 경우도 포함된다.
우리나라 헌법 제32조 3항에는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라고 명시하면서 종사자의 인격권은 침해되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은 종사자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침해하여 인간으로서 존엄 성을 훼손하는 심각한 인권침해 문제이다.
인격권을 기본권으로 인정하고 있다. 우리 헌법재판소도 헌법 제10조의 인격의 자유로운 발현을 보장하는 행복추구권과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헌법적 기초로 삼으면서 일반적 인격권을 인정하고 있다.
민법 제750조, 제751조의 불법행위 규정을 통하여 인격권의 침해에 대해 손해 배상을 인정함으로써 인격권을 보호하고 있다. 생명, 신체, 자유, 명예와 같은 인격적 이익의 보호와 관련된 민법 제751조, 제752조, 제764조는 개별적 인격권의 근거 규정으로 볼 수 있다. 판례에서는 명예, 사생활의 비밀 등의 인격적 법익에 대한 침해에 대해 오래전부터 불법행위를 인정해 오고 있었고, 인격권이라는 용어를 명시적으로 사용하여 판시하고 있다. 헌법상 기본권이자 사법상의 권리로 인정되고 있는 인격권의 보호 내용은 생명, 신체, 건강, 기타의 인신에 관련된 인격적 이익과 명예, 사생활의 보호 등과 관련된 정신적 측면에서의 인격적 이익으로 나눌 수 있다. 정신적 측면에서의 인격권의 내용에는 괴롭힘, 성희롱, 차별 등으로부터의 보호도 포함된다.
헌법 제32조를 기초로 근로계약의 체결과 내용 형성을 규율하는 근로기준법을 비롯한 개별근로자 보호 법규와 헌법 제33조를 토대로 근로조건의 집단적 규율을 제도적으로 보장한 집단적 노사관계법도 근로자의 인격권 보호와 관련된 것으로 이해된다. 이처럼 근로계약의 체결이나 내용 형성의 기준을 법률로 정하고, 노동조합을 통하여 단체협약으로 근로조건을 규율하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한 것은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니고 근로 생활을 하도록 하는 것과 관련된다는 점에서 근로자의 인격권 보호에 기여하는 제도로 볼 수 있다.
헌법재판소도 헌법 제32조 제3항과 관련하여 “근로조건에 관한 기준을 법률로써 정한다는 것은 근로조건에 관하여 법률이 최저한의 제한을 설정한다는 의미이다. 이처럼 헌법이 근로조건의 기준을 법률로 정하도록 한 것은 인간의 존엄에 상응하는 근로조건에 관한 기준의 확보가 사용자에 비하여 경제적·사회적으로 열등한 지위에 있는 개별근로자의 인간 존엄성의 실현에 중요한 사항일 뿐만 아니라, (중략) 인간의 존엄성에 관한 판단기준도 사회·경제적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상대적 성격을 띠는 만큼 그에 상응하는 근로조건에 관한 기준도 시대 상황에 부합하게 탄력적으로 구체화하도록 법률에 유보한 것이다”라고 함으로써 근로조건이 근로자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관계된다는 점을 확인하고 있다.
결국 헌법 제32조와 제33조에 토대를 둔 근로기준법을 위시한 노동법의 규율 내용은 무엇보다도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 보장을 위한 근로 기준의 확보를 통하여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근로 생활 관계에서 구현하는 데 집중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생명, 신체, 건강은 가장 근본이 되는 인격적 이익에 해당한다. 근로기준법의 근로 시간과 휴식에 관한 규율도 이와 관련된 것이며, 특히 여성과 소년의 보호를 위한 여러 규정들도 그러하다. 그리고 근로자의 안전과 보건에 관하여는 단행 법률인 산업안전보건법을 마련하여 근로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생명, 신체, 건
강에 대한 위협으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하고 있는데, 동법은 사업주는 근로조건을 개선하여 적절한 작업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건강장해를 예방함과 동시에 근로자의 생명을 지키고 안전 및 보건을 유지·증진시켜야 한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산업안전보건법 제5조 제1항).
괴롭힘은 폭행, 협박, 욕설, 모욕, 차별, 성희롱, 명예훼손, 기타 인격적 무시의 방법으로 행해지므로 괴롭힘 자체가 피해자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행위이고 민법상 불법행위에 해당할 수 있음은 당연하다.
근로자가 정신적으로 건강한 상태란, “근로자가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비추어 적절하게 선택한 노동을 함으로써 가치를 창출하고 물질적 기초를 마련할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통스러움과 수고로움을 감당할 수 있고 나아가 그 노동을 통한 사회와의 상호작용 속에서 자신의 존재와 역할을 느끼며 자아실현감을 느낄 수 있는 상태에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근로자가 과중한 업무로 인해 근로의욕을 잃고 자아실현감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는 정신건강이 침해된 상황에 해당한다.
정신건강의 개념에 관해서는 일관되고 보편화된 정의가 있는 것은 아니고, 다양한 정의가 존재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WHO에서는 건강에 대해 “단순히 질병이나 허약함이 없는 것이 아니라, 육체적, 정신적 및 사회적으로 완전히 건강한 상태”라고 규정하고 있고, 정신건강에 대해서는 “개인이 자신의 고유 능력을 깨닫고, 삶에서 일어나는 보통의 스트레스를 다룰 수 있으며, 일을 생산적이고도 풍부하게 할 수 있고, 또 자신이 속한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안녕(wel l-being)의 상태”라고 정의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에서는 “‘정신’이란 육체나 물질에 대립하는 영혼이나 마음으로서 사물을 느끼고 생각하여 판단하는 능력 또는 그런 작용, 마음의 자세나 태도이고, ‘정신건강’이란 이러한 정신이 아무 탈 없는 상태이며 ‘저해’란 이러한 정신 상태를 유지하거나 성장하는 것을 방해하는 것이고”라고 판시한 바 있다. 이처럼 직무스트레스를 포함해 근로관계를 둘러싼 근로환경으로 인해 근로 자의 정신건강에 문제가 생기게 될 경우 근로자 개인의 건강에 치명적인 위해 요소로 작용한다. 이는 근로자의 건강권을 직접적으로 침해할 뿐만 아니라 정신 건강에 위협을 주는 요인에 따라 상이할 수 있겠으나 근로자의 인격권도 침해할 수 있는 것으로 일반 국민으로서 당연히 보장받아야 마땅할 권리인 헌법상 기본 권을 침해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근로자의 인격권이란 근로 제공을 통해 자아를 실현시키고 자아 정체성을 유지시키며, 그 결과로 향상된 업무 능력을 가지는 것, 그리고 근로 과정을 통해 보람과 성취감을 느끼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노동 인격권을 포함한다. 이러한 특성에 비추어 볼 때 근로자가 근로의욕을 상실하거나 자신이 하는 일에 있어 직무 만족을 느끼지 못한다면, 노동 인격권이 침해된 상태라고 할 수 있을 것이 다. 즉, 근로자는 과도한 업무지시 속에서 인격적 측면에서의 노동의 본질적인 의미를 상실함으로써 노동 인격권을 침해당하고 궁극적으로 정신건강 침해를 당하게 된다.
기본적으로 인간의 생존과 존립을 위해서는 재산권의 보장을 통한 물질적 충족도 필수적이지만 이러한 기본적 토대 위에 정신적 측면의 권리인 인격권의 보장 또한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인격권은 인간의 생명, 신체, 건강뿐만 아니라 프라 이버시, 명예, 성적 자기 결정이나 성희롱 등의 정신적 가치로부터의 방어 등과 같이 시장에서 거래될 수 없는 비 교환적 가치를 가진 권리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인격권을 침해하는 것은 인간의 존립을 위해 절대적으로 보장되어야 하는 비 교환적 가치를 훼손한 것으로서 그 침해의 위법성이 인정된다.
인격권을 명문화한 최근 민법 개정 현황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먼저 민법 제3조의 2 제1항을 신설하여 인격권 이란 “사람의 생명, 신체, 건강, 자유, 명예, 사생활, 성명, 초상, 개인정보, 그 밖의 인격적 이익에 대한 권리”라고 정의 내리고 있다. 또한 인격권이 침해된 경우 사후적 손해배상청구권만으로는 권리 구제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하여 민법 제3조의 2 제2항을 신설하여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인격권 침해의 중지를 청구하거나 필요시 사전적으로 그 침해의 예방을 청구할 수 있도록 침해배제·예방 청구권을 명문화하였다.
사용자의 근로자에 대한 안전배려의무는 육체적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적 건강까지 포함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 1996.4.23. 선고 95다 6823 판결에서는 “사용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근로계약의 체결을 통하여 자신의 업무지휘권·업무명령권의 행사와 조화를 이루는 범위에서 근로자가 근로 제공을 통하여 참다운 인격의 발전을 도모함으로써 자신의 인격을 실현시킬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대법원 1998.2.10. 선고 95다 39533 판결에서는 “고용관계는 이른바 계속적 채권 관계로서 인적 신뢰 관계를 기초로 하는 것이므로, 고용계약에 있어 피용자가 신의칙상 성실하게 노무를 제공할 의무를 부담함에 대하여, 사용자로서는 피용자에 대한 보수지급 의무 외에도 피용자의 인격을 존중하고 보호하며 피용자가 그의 의무를 이행하는 데 있어서 손해를 받지 아니하도록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고 피용자의 생명, 건강, 풍기 등에 관한 보호시설을 하는 등 쾌적한 근로환경을 제공함으로써 피용자를 보호하고 부조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
안전배려의무의 내용에는 근로자의 육체적 건강과 안전뿐 아니라 정신적 건강과 인격까지 침해하지 않기 위해 노력할 의무까지도 광범위하게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근로권의 내용 중 일할 환경에 대한 권리는 노동을 통한 인격의 자유로운 발현이 방해받지 않을 권리라는 소극적인 성격과 그러한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국가에 청구할 수 있는 권리라는 적극적인 성격을 동시에 갖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산업안전보건법은 근로권에 기초하여 근로자가 신체적, 정신적 건강의 침해가 없는 환경에서 근로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국가의 보호 의무가 구체적으로 법으로 명시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해야 할 국가의 의무를 규정한 헌법 제34조 제6항에서의 ‘재해’에는 ‘산업재해’도 해당한다고 해석된다는 점에서, 산업안전보건법은 노동의 영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재해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해야 하는 국가의 의무가 법률을 통해 구체화된 것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