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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주 Jun 24. 2024

기다림

첫 째 아이가 피아노를 배운 지 4년이 되었다. 악보도 볼 줄 아니 이제는 그만해도 되겠다는 마음에 마지막 콩쿠르에 나가서 실력을 평가받고 마무리했으면 했다. 이런  엄마의 마음이 아이에게도 전해졌다. (강제로..)

아이는 1년 가까이 연습을 해왔는데 언제나 늘 좋기만 했을까.. 온갖 투정을 부리는 모습을 보면서도 난 부정의 감정이 오르락내리락했지만 목표가 있으니 아랑곳하지 않고 꿈쩍도 하지 않았다.


대회 하루 전, 학원에서 연습하는 아이 모습을 보니 이렇게 해서 나가는 것은 의미 없다고 여겨졌다.

그동안 연습한 수고가 있었겠지만, 아이 태도는 올바르지 않다고 여겨 대회 나가는 것을 취소시켰고 아이에게 확인시켜 주었다. 아이는 엄마의 성격을 알기에 겉으로는 담담한 척 받아들이는 듯했으나 학원 가는 길에 아빠에게 전화를 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울면서.. 콩쿠르 나가고 싶었는데 엄마가 취소시켰다는 얘기를 꺼내며 다음 달에 대회가 또 있는데 그때 나갈 거라고..)

남편에게 이 얘기를 전해 듣고 마음이 조금씩 흔들렸다. 한 번 더 기회를 줄까? 아니면 그냥 그만두게 할까? 아니지 자신이 그동안 연습한 곡이 어떤 평가를 받게 되는지 확인은 해야 하지 않아?  여러 생각들이 일어나면서 한 번 더 기회를 줘야겠다고 결정을 내렸다. 아이에게 얘기했다.

"한 번 더 기회를 줄게. 대신 너의 태도에 변화가 있어야 할 거야! 그리고 해왔던 것보다 더 최선을 다 해라"

"알았어, 내가 그렇게 할게" "엄마, 고마워"


시간이 흘러 한 달이 지났고 대회 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긴장하는 모습은 또 새삼 처음 보며 '아이고, 심적으로 많은 부담을 느끼고 있구나! 너에게 또 한 번의 성장이 있겠다.' 속으로만 생각하고 아이에게는 무심한 듯 지켜보기만 하고 있었다.


당일 날 아침 깨우지 않았는데 오전 6시에 일어나 씻고 준비하고 악보를 본다.(어떤 마음이었을까..?)

차에서 간단히 먹을 주먹밥과 물, 간식을 챙기는 사이 온 가족이 준비를 마친 상태가 되었고 목적지로 출발.

콩쿠르 장소에 도착해서 번호표를 받았는데 우와 307번. "오~ 번호 좋은데?" 

한 명씩 들어오는 친구들 모습을 보며 두근두근~내가 나가는 것도 아닌데 왜 내가 떨리는지.. 

드디어 그동안 열심히 연습한 아이들 연주가 시작되었고, 드디어 307번이 호명되었다.

연주하는 모습을 보는데 왜 내 마음이 찡한지 울컥 감정이 올라 와 눈동자에 눈물을 머금었고 또르르 떨어지지 않도록 애써 참았다. 아마 아이에게 너무 모질게 한 것은 아니었나? 코피까지 나면서 열심히 연습했는데 너무 몰아세웠던 건 아니었나? 순간 자책의 물음이 올라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어느 부분이 틀리는지 끝까지 봐야 했기 때문에 생각을 접고 연주에만 집중했다. 피아노에 대해 잘 알지는 못 하지만 4년 넘게 봐온 터라 소리만 들어도 어느 정도는 알 수 있다. ^^ (오만인가?)

아이는 연주가 끝나고 만족스럽지 못 한 표정으로 들어갔지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던 이 어미는 최선을 다했고 잘했다고 여겨졌었다.

결과는? 대상! ^^


아이들을 키워가며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언제 기다려줘야 하는지, 언제 빠져줘야 하는지, 밀어붙여야 하는지, 스탑 시켜야 하는지, 용기를 줘야 하는지 늘 잘 선택할 수는 없겠지만 올바른 때에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지혜가 쌓여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라라쿠르 #라이트라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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