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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여름 Apr 01. 2024

2022년 10월 25일

7290

나의 손을 잡아주면

나는 나무가 되어

나의 손을 주고

나의 발을 주고

나의 두근거리는 심장을 주고

울먹이는 목청도

나의 눈 나의 꿈 나의 기쁨 나의 슬픔을 모두 줄 수 있으니까

그 작은 손으로 나를 망가뜨려 주길 바라.

목적지를 잃은 가지들을

무참히 꺽어주지 않을래

나는 벌거숭이가 되어

너를 품을 팔이 사라지더라도

그 따뜻한 온기를 품으며 잠에 들텐데


나를 사랑하는건 나를 책임지는거야

99% 사랑은 없어

100%를 줄 수 있는 내가 있지

어느날 너가 불었던 담배 한 개비

내 손등에 점화시키면, 나는 확신할 수 있을거 같아.


차라리 너가 나를 잡아먹으면 좋겠어

그것이 내 전부를 줄 수 있는 확실한 방법 아닐까?

너의 입에서 나의 피가 새어나오면 좋겠어

다른 사람의 향기를 맡을 때

나를 떠올리게끔

다른 사람을 잡아 먹을 때

나를 떠올리게끔


너는 나의 전부야

하지만 나는 너의 전부가 아니지

그러니까 괜찮아


너는 나의 전부야

하지만 나는 너의 전부가 아니지

그러니까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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