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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보내는 편지

12_사소함에 뭉클

by 뉴우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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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딸 수연아.

원하는 학과에 합격한 걸 축하해. 서울에서 혼자 자취하며 재수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엄마는 잘 알지. 친구들은 이미 대학 생활을 즐기는데, 다시 수능 공부를 붙잡아 재수하는 게 안타까워 모진 말을 했던 엄마가 미안한 마음을 편지로 남겨.


수연이가 더 힘들고 고단할 텐데 충분히 이해해 주지 못한 엄마가 후회스럽고 마음이 아프구나. 사실 엄마도 직장 다니며 2주마다 서울 자취방을 오가는 게 힘들었지만, 수연이가 밥은 잘 챙겨 먹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뭐라도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단다. 자취방 문을 여는 순간, 수연이의 고단함을 느껴 울컥했어. 공부하다 만 책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빨래통에 수분이 쌓인 빨랫거리와 먹다 남은 배달 음식이 냉장고 한편에서 곰팡이가 생기는 걸 보고 속상했거든. 공부하느라 시간 없어 미처 정리하지 못하는 수연이를 엄마가 더 따뜻한 말로 힘이 되어야 했는데 엄마가 부족했어.


자식을 둔 엄마라고 다 어른스럽지는 않은 것 같아. 부족한 엄마를 이해해 줘서 고맙고, 힘든 과정을 이겨낸 수연이가 스스로 자랑스럽게 여겼으면 좋겠어. 엄마의 진심은 네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즐겁게 지냈으면 하는 바람이야. 힘든 일 있으면 마음에 담아두지 말고, 엄마에게 이야기하렴. 엄마는 항상 네 편이니까. 있는 그대로의 너를 사랑하고 응원할게. 사랑하는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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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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