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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여든 살 도전기

13_사소함에 뭉클

by 뉴우바 Mar 1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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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는 거울 앞에서 한숨을 쉰다. 흰 머리를 감추려 염색을 해보지만, 얼굴에 새겨진 주름은 어쩔 수 없다. 굽어가는 허리와 느려지는 발걸음이 야속하기만 하다. 아파트 산책길에서 만났던 친구들이 하나 둘 보이지 않아, 벗들과 수다로 시간을 보내는 유일한 즐거움이 사라졌다 한다. TV로 시간을 보내던 엄마는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사는 즐거움을 찾기 위해 아들이 저장해 준 번호로 콜택시를 부르고, 조심스레 말한다. “재래시장 가자.”


 역시 재래시장은 활기가 있어 좋았단다. 엄마는 생각처럼 움직이지 않는 몸이 야속했지만, 사람들 틈에서 조심조심 걷다 보니 어느새 마음이 두근거렸다. 이렇게라도 움직이니, 정말 살아 있는 것 같았다. 사람들 사이에서 방해되지 않게 조심하고, 힘이 빠질까 봐 주저앉지 않으려 애썼다. 생선도 사고 야채도 사며 돈 쓰는 재미가 쏠쏠했다.


 ‘늙은이라고 멋 부리지 말라는 법 있어?’ 엄마는 옷 가게에 들어갔다. 이것저것 고르다가 50대 딸의 옷까지 샀다. “커플로 입어보자”며 같은 디자인을 2개씩 샀지만, 막상 딸이 좋아할지 걱정이 앞섰다고 한다. 여든 중반의 노인에게는 좋아 보여도, ‘나이 들어 보이네’ 하며 딸이 싫어할 수도 있으니까.


 그래도 딸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며, 하루 종일 문밖을 기웃거렸다. “산다는 게 뭐 있겠냐? 한평생 가족들이 밥시간에 제때 오기만을 기다림의 연속이었는데.” 오랜만에 딸이 친정집에 왔다. 딸 얼굴을 보는 순간, 가슴이 뛰었다. 이렇게 반가울 줄이야. 걱정 반 기대 반으로 딸에게 옷을 건넸다. 딸은 내심 맘에 들지 않지만 기쁘게 받고, 어머니가 사 준 옷을 입고 출근하는 인증샷을 보낸다. 사는 즐거움을 느끼라는 마음에서.


젊었을 땐 당연했던 일상이었지만, 여든이 넘으니 두 발로 세상을 만나는 일이 용기가 필요한 도전이 되었다. 그래도 엄마는 또 다른 도전을 꿈꾼다. 나도 그런 엄마를 응원한다. 오래오래, 건강하게.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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