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_사소함에 뭉클
파마하러 미용실에 갔다. 예약제로 운영하는 1인 미용실이다. 내 파마가 완성될 때까지 미용실 원장과 나 단둘이 있다. 미용실에서 머리할 때면 으레 쪽잠을 잔다. 하지만 여기서는 잠잘 틈을 주지 않는다. 원장이 워낙 말이 많다. 물론 헤어스타일 이야기다. 손질 전 머리 상태를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는다. 머리 상태와 자신이 하는 기술을 끊임없이 설명한다. 말 중간마다 '괜찮냐?', '불편하지 않냐?'를 반복해서 묻는다. ‘괜찮아요.’ 딱 네 마디면 내 말은 끝난다. 머리 손질에 서툴러서 특별히 요구하는 것도 없다. 단지 손질만 편하게 해 달라고 한다.
보통 파마는 약을 바르고 롤을 말고, 중화한 뒤 씻으면 끝이다. 그런데 여기서는 중화 전에 머리를 감기고 열처리하는 과정이 추가된다. 물론 왜 하는지 설명은 한다. 수분이 없고, 푸석푸석해서 윤기와 영양을 주기 위해서란다. 머리 감기면서 샴푸 얘기를 한다. 연구실에서 만든 특별한 샴푸를 쓴다는 것이다. 계면활성제가 없는 인체에 이로운 샴푸란다. 트리트먼트도 설명하며 권한다. 상술이라고 생각하지만 뿌리칠 수가 없다.
왜냐하면 드라이까지 해서 완성된 파마 상태가 아주 좋았기 때문이다. 완성된 파마를 사진으로 남긴다. 거울 속 머릿결이 반짝반짝 빛난다. 기록도 남긴다. 다음에 방문할 때 자신이 오늘 쓴 제품과 기술을 참고하여 손질하겠다고 한다. 전문가다운 믿음도 간다. 미용실 나오는 내 손에는 샴푸와 트리트먼트를 들고 있다. 비록 생각지 않은 물품을 사긴 했지만, 건강에 좋다니 믿어본다. 누군가 '그 미용실 또 갈 거야?'라고 묻는다면, 아마 다시 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