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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인연에게서 배움을 얻다

22화 사소함에 뭉클

by 뉴우바 Mar 27.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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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상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과 인연을 맺는다.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이들과는 공통점이 있어 이야깃거리가 풍성하지만, 생소한 분야나 낯선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과는 대화의 실마리를 찾기 어렵다. 호기심으로 던진 질문이 오히려 나의 무지를 드러내진 않을까? 상대의 말을 어디까지 이해하고 이어갈 수 있을까? 대화를 시작하기도 전에 머릿속이 복잡해지곤 했다. 그럴 때면 마음속 거리감이 생기고, 결국 짧은 만남으로 끝나는 일이 많았다.     


그러던 중 한 고객을 통해 그런 내 모습에 변화가 생겼다. 처음부터 유쾌한 인연은 아니었다. 우리 회사와의 거래를 끊고 경쟁사로 옮기려는 이유를 설명하러 온 고객이었으니까. 비교 끝에 결정을 내린 고객의 마음을 돌릴 수 없음을 직감했고, 나는 단념한 듯 “차 한 잔 하실래요?” 하고 건넸다. 의외로 그는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어떤 이야기를 꺼내야 할지 고민했다. ‘왜 거래를 끊으려 하시나요?’ ‘한 번만 더 생각해보시면 안 되겠습니까?’ 여러 말이 입안에서 맴돌다 꿀꺽 삼켜졌다. 대신 날씨 이야기로 시작해 24절기의 풍경을 이야기하며 대화를 이어갔다. 여가 이야기도 오갔지만, 그는 골프를, 나는 산행을 즐기는 취향이라 대화가 쉽게 물 흐르듯 흐르진 않았다.     


커피가 다 식고, 분위기도 어정쩡해졌을 즈음, 나는 문득 이렇게 물었다. “골프 치기 좋은 계절은 언제예요?” 어쩌면 너무 엉뚱한 질문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의외로, 그 질문이 분위기를 바꿔 놓았다. 그는 반색하며 골프에 대해 말문을 열었고, 이야기는 기초 지식부터 세계 경제 흐름까지 확장되었다.     


그가 말하는 경제 이야기 틈틈이 나는 질문을 던지고 조언을 들었다. 여러 권의 책을 통해서나 들을 수 있을 법한 유용한 정보를, 나는 눈앞의 사람에게 강의받듯 얻고 있었다. 그렇게 3시간이 훌쩍 지났다.   

  

그는 내 시간을 너무 많이 뺏었다며 미안해했고, 그러면서도 다시 우리 회사와 거래를 이어가겠노라 약속했다. 뜻밖의 결실이었지만, 고객에게서 얻은 배움이 더 감사했다.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어 점심 약속을 청했다. 파스타와 돈가스를 좋아한다는 그의 취향에 맞춰 맛집을 골라 다시 만났다.     


이후 점심을 함께한 우리는 점차 서로의 삶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고객은 자신의 가정사와 퇴직 이후의 삶을 이야기했고, 나 역시 나의 계획을 나누었다. 그렇게 우리는 단순한 업무 관계를 넘어 사람 대 사람의 인연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낯선 분야라고 선을 긋고 두려워했던 내가, 이제는 생소한 직업군의 사람과도 거리낌 없이 대화를 나눈다. 그 인연 덕분에 나는 배움의 창을 더 넓히게 되었고, 또 하나의 성장의 문을 열 수 있었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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