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화_사소함에 뭉클
흐드러지게 피었던 벚꽃은 영산홍에게 자리를 내어 주었고,
화사했던 영산홍은 다시 작약에게 자리를 내주며 자취를 감추었다.
아무리 아름다웠던 꽃도 영원한 것은 없는 게 자연의 이치인가 보다.
서로 주고받으며 다음 계절을 준비하는 식물들처럼, 삶도 그렇게 흘러간다.
휴일을 맞아 친정어머니와 저녁 식사를 함께하기로 했다.
하루에도 안 아픈 날이 없다는 어머니.
홍삼, 전복죽, 삼계탕…. 힘내시라고 이것저것 사다 드려도
“탈 나서 못 먹어, 아무것도 필요 없어.”
손사래를 치며 딸의 마음을 거절하신다.
그래도 내 손으로 뭔가 해 드리고 싶어 전복 볶음밥과 모시조개탕을 정성껏 준비했다.
전복이 질기다며 드시기 어려워하셔서, 전복은 따로 골라냈다.
볶음밥 한 숟가락, 조개탕 한 모금.
연신 “맛있다” 하시지만 몇 숟갈 드시고는 “많이 먹었다”라며 식탁에서 일어나신다.
조금만 더 드시라고 권해도 몸이 받질 않는다며 조용히 웃으신다.
“지금은 약을 먹기 위해 밥을 먹지.”
먹는 즐거움은 오래전에 잃어버렸다고 하신다.
어릴 적, 등짝 스매싱 맞고 억울함에
“정말 내 친엄마 맞아?” 하며 일기에 썼던 철없는 시절이 떠오른다.
철없던 아이는 어느덧 오십이 훌쩍 넘었고,
젊던 어머니는 어느새 여든 중반에 이르렀다.
아름다운 것도, 소중한 것도 영원하지 않다는 건 잘 안다.
하지만 내 어머니만큼은, 지금 이 모습 그대로
영원히 내 곁에 머물러 주었으면 좋겠다.
#어머니 #딸 #아름다움 #영원함 #지금 이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