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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쉰다는 것, 잘 살아가는 것

29화_사소함에 뭉클

by 뉴우바



무겁게 내려앉은 잿빛 하늘, 살랑이는 바람이 어깨를 스치고 지나간다.

비 소식이 있다는 예보에 조금 서둘러 걷기 운동을 나섰다. 요즘은 운동 챌린지를 하며 브런치에 일상을 기록하다 보니, 자연스레 주변의 사물에도 관심이 많아졌다. 스쳐 지나치던 풍경이 문득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매화.jpg

똑같은 장소, 비슷한 시간. 하지만 눈길이 머무는 곳이 달라진다.

어제는 보지 못했던 매화가 대문 위에서 고개를 내민다. 흐린 날씨 탓인지, 꽃망울의 색감이 사진에 제대로 담기지 않아 여러 각도로 시도해 본다. 사진은 눈으로 본 감정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일이기에 생각보다 쉽지 않다. 결국 오늘은 마음에 드는 사진을 남기지 못했지만, 이 장면을 마음에 저장해 두기로 한다. 활짝 핀 매화를 보러, 2월 말쯤 다시 이곳에 와야겠다고 다짐했다.


해안가에 도착하니 갈매기 무리가 눈에 들어온다.

파도 위를 날아오르는 갈매기를 바라보다 『갈매기의 꿈』이라는 소설이 떠오른다.

먹이를 위해 나는 갈매기와 달리, 비행 그 자체를 사랑한 갈매기 이야기.

‘가장 높이 나는 새가 가장 멀리 본다.’

삶의 진리를 담은 이 문장이 오늘은 유독 마음에 와닿는다.


갈매기1.jpg


갈매기의 비상을 사진으로 담기 위해 셔터를 여러 번 눌러본다.

원하는 장면은 좀처럼 쉽게 잡히지 않는다. 하지만 실패한 컷 속에서도, 갈매기가 하늘을 가르는 그 순간의 자유로움을 상상할 수 있다. 오늘 이 사진 한 장에, 내 마음속 작은 소망 하나를 담아 저장해 둔다.

걸으며 자연을 바라보고, 셔터를 누르고, 문득문득 드는 생각을 붙잡는 이 시간.

비록 짧은 점심시간이지만, 걷기 운동은 나에게 가장 좋은 휴식이 되어준다.

휴식은 자투리 시간에 억지로 끼워 넣는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시간을 내어 누려야 하는 것임을 새삼 느낀다.


긴장을 풀고, 여유를 품고, 일상과 나 사이의 거리를 조금씩 벌리는 이 시간.

걷는 동안 내가 관찰한 사물, 생각한 문장, 눌러본 사진 속 장면들이

모두 나를 조금 더 풍요롭게 만든다.


오늘 내가 배운 가장 소중한 한 가지.

잘 쉰다는 것, 그것이 곧 잘 살아가는 일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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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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