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시세끼 요리해 먹는 임산부

by 디어살랑

임신 전에는 식단관리를 하면서 몸매도 틈틈이 살폈고, 일도 하고 운동도 빡빡하게 하면서 살았기 때문에 집에서 매 끼니 요리 해 먹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그러던 중 임신을 하고 이사를 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원래 가던 맛집들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그래도 이사 온 집 근처에 괜찮은 반찬가게가 여럿 있어서 우리 집의 국과 반찬을 책임져왔다. 아프기 전까지는.


근데 임신 17주 차 엄청난 근종통을 겪고 나서 큰 생각의 변화가 있었다. 너무 아팠기 때문에 대체 근종이 왜 생긴 것이며, 왜 이렇게 커진 것이며, 등 각종 자료들을 찾아보는데 스트레스도 있겠지만 플라스틱으로부터 오는 환경호르몬도 무시 못할 요인인 것 같았다. 갑자기 반찬가게의 반찬용기부터 뜨거운 국을 담아냈을 국용기도 플라스틱, 배달음식 용기까지 전부 플라스틱의 향연이라고 생각하니 더 이상 먹기가 싫어졌다.


이렇게 머리에 총 맞은 거처럼 각성하게 된 것도, 탯줄을 통해 우리 아기가 먹는 음식이니까! 같은 모성애 진득한 이유보다 내가 더 이상 아프고 싶지 않아서 같은 지극히 나 자신을 위한 이유였긴 하다.

(살랑아, 언제쯤 엄마는 너의 행복을 나 자신보다 우선하게 될까?)


아무튼 그래서 시작했다. 본격 삼시세끼 요리해 먹는 임산부.


삼시세끼 해 먹기 위해서는 우선 장을 부지런히 봐야 한다. 그냥 컬리나 쿠팡에서 사도 되지만, 신선하고 질 좋은 고기를 파는 집 근처 정육점, 싸고 맛있는 채소를 파는 집 앞 채소가게를 알고 나니 몇몇 품목은 오프라인으로 장을 볼 수밖에 없다. 그리고 냉장고와 아주 친해져야 한다. 어떤 식재료가 남아 있는지 매일 확인하고, 그 식재료가 상하기 전에 또 어떤 요리를 응용할 수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 내 머릿속 생각으로는 한계가 있으니 요리 유튜브와 요리책도 상당히 많이 본다.


현재는 그냥 단순한 요리를 넘어서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먹을까를 고민한다. 자연스레 내가 먹는 먹거리, 남편이 먹는 것, 아기가 태어난 후 아기가 먹게 될 것까지 생각한다. 그리고 임신 중에는 소화가 잘 안 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가능한 덜 자극적으로 속 편한 음식을 만들 수 있을까 하고 찾아본다. 들깨두부뭇국이라는 이름조차 생소한 음식조차 만들어본다. 역시 내 선택이 옳았다, 속이 뜨끈하고 잠들 때까지 편안하다.


아침은 비교적 간단하게 먹는다. 삶은 계란 한 개는 필수로 먹고, 그때그때 견과류 콕콕 박힌 곡물빵을 구워 먹거나 그래놀라를 곁들인 그릭요구르트를 먹기도 한다. 가끔 맛있는 사과도 깎아먹는다. 국과 밥만 먹고살았던 남편도 요즘은 이렇게 비교적 콜드푸드를 아침으로 먹는 걸 선호한다. 먹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고 깔끔하다며.


점심은 원래라면 샌드위치, 햄버거, 라면, 김밥 등 간단하게 때우는 음식으로 연명했지만 (물론 지금도 가끔 먹는다. 아기가 먹고 싶어 하니까! 하하.) 이제는 요리책을 뒤적여본다. 집에 가지가 남아 있으니까, 가지와 양파를 볶아서 굴소스 휘리릭 하고 볶음밥 만들어 먹으면 되겠네, 하고 시도해 본다. 역시나 맛있고 속도 편하다. 얼마 전엔 애호박과 새우가 있길래 볶아서 밥대신 두부와 곁들여서 먹으니 포만감도 상당했다. 이 얼마나 건강한 식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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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양파굴소스볶음밥]


저녁은 남편과 함께하는 식사라서 가장 공들이는 시간이다. 일주일에 한 번은 생선요리도 하고 국과 반찬을 탄단지에 맞게 조화롭게 준비하려고 한다. 가끔은 열무비빔국수 같은 별미를 만들기도 한다. 아마 내가 요리를 하겠다고 굳게 다짐하고 난 뒤 가장 행복한 건 남편일지도 모른다. 매 한 숟갈 한 숟갈 입에 떠서 넣을 때마다 맛있다-를 반복해 주니 은근 뿌듯하고 기분 좋다. 그리고 정말 내 입맛에도 맛있다. 사 먹는 것보다 훨씬 더.


집에서 요리를 해 먹는 건, 더군다나 건강한 요리를 지향한다는 건 엄청난 시간과 노고를 들이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음식을 먹는다는 건 인간이 태어나 매일 반복하는 일인 만큼 하루하루가 쌓이면 나중엔 우리 가족의 건강에 큰 자양분이 될 거라고 믿으며 오늘도 냉장고를 뒤적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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