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임신 19주 차, 부쩍 괜찮아진 컨디션으로 운동도 가고 친구도 만나며 바쁘게 지내고 있는 요즘. 유산이라는 글자와는 아주 먼발치에 떨어져 있는 임신 주수. 오늘은 조금 무거운 주제일 수도 있는 유산에 대해서 글을 써보려고 한다.
임신을 하고 SNS를 하다 보면, 자연스레 임신, 출산, 육아 관련 주제가 피드에 자주 뜬다. 저 세 개의 주제 못지않게 피드에 발견되는 건 유산이라는 조금은 묵직한 단어의 내용들. 대부분은 12주 이내에 발생하는 초기유산이고 이 시기는 산모의 잘못이나 생활 습관이라기보다는 염색체 이상 등 태아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자연적으로 이루어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7주가 넘어서부터는 이미 태아 심장소리를 듣고 난 후도 많아서 주위에서 내 탓이 아니라고 해도 상실감이 꽤 크다고 한다. 이런 경우에 자연적으로 아기집이 탈락되거나, 소파술이라는 비교적 간단한 수술로 임신을 종료하게 된다.
사실 나도 초기 유산에 대해서는 주위에서 많이 들어봤고, 가까운 사람들도 겪는 경우가 있다 보니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중기 유산이나, 막달 사산에 대해서는 잘 들어보지 못했다. 연예인 누군가가 그런 아픔을 겪었다더라, 정도로 나와 아주 먼 이야기처럼 느껴졌으니까. 하지만 조금만 찾아보니 이런 사례도 꽤 많았다. 다만 그 고통과 슬픔을 도저히 주위에 말하기가, 글로써 전달하기 엄두가 안 나기 때문에 주위에 알리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일반적인 사람들은 잘 모르고 있는 경우인 것 같았다.
임신 중기를 들어서게 되면 태동도 느끼고, 배도 불러오고 이제 내가 임산부라는 게 마음으로 그리고 신체적으로도 크게 와닿기 시작한다. 점점 태아와 자연스레 교감하게 되고 친밀감도 더 커지는 시기. 막달까지 가면 태동 때문에 잠에서 깨기도 할 정도로 태아의 존재감은 점점 더 커져간다. 24주가 넘어가면 유산이라는 표현보다 사산이라는 표현을 사용할 정도다. 사산을 하게 되면 간단한 수술로 임신을 종료할 수 없다. 제왕절개를 하거나 자연분만을 통해서 아기를 보내줘야 하는데, 이 과정 또한 일반 산모가 분만하는 과정을 오롯이 겪어야 하기 때문에 더 고통스럽다고 한다.
맘카페나 커뮤니티 활동을 하게 되면 실제 경험자들의 글을 가끔 보게 되는데 정말 눈물 없이는 볼 수 없을 만큼 마음이 저릿한 내용들이었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그들의 심경을 감히 공감할 수도, 짐작할 수도 없을 거라 생각한다. 8주 유산의 절망, 22주 유산의 슬픔, 막달 사산의 아픔 등 그 고통을 감히 누구도 재단할 수 없다. 주위에 이런 경우가 있다면 먼저 연락하기보다는 그저 마음 추스를 시간을 가만히 기다려주기를.
임신을 하고, 임신기간 내에 큰 문제없이 시간을 보내고, 출산까지 산모와 태아 모두 건강하게 병원 밖을 걸어 나갈 수 있는 게 얼마나 기적이고 축복인지, 모든 건 당연한 건 없다는 것. 오늘 하루도 무사히 지나갔음에 또 한 번 마음속에 감사함을 새겨 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