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속을 헤엄치는 아기 물고기

by 디어살랑

임신 18주쯤 되었을 때인가, 소파에 앉아 쉬고 있는데 아랫배가 갑자기 꼬르륵거렸다. 분명 배고픈 게 아닌데, 뭐지? 하는 순간 또 꼬르륵. 꼬르륵 소리가 나는 게 아니고 느낌이 딱 그랬다. 이게 그 말로만 듣던 태동인가!? 하고 긴가민가했던 시기를 지나 현재 20주 내 뱃속에 있는 아기 물고기는 큰 존재감을 뽐내며 꿀렁꿀렁 헤엄치고 있다.


사람들마다 태동을 느끼는 감각이 다른데, 누군가는 툭툭 치는 느낌, 기포가 뽀글거리는 느낌, 누군가는 핸드폰 진동 같다고 느끼기도 하던데 나한테는 딱 금붕어 같은 작은 아기 물고기가 헤엄치며 물이 일렁이는 느낌이었다. 달콤한 디저트를 먹거나 과일을 먹고 나면 더 힘차게 움직이는 듯하고, 밤이 되면 야행성인지 더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태동을 느끼기 전에는 사실 조금씩 불러오는 배가 어색하긴 했을 뿐, 매달 한 번씩 가는 초음파가 아니라면 아기의 존재를 느끼기가 어려웠다. 진짜 이 배 안에 아기가 크고 있다고? 가끔 의심이 되기도 하던 시절. 이제 그 시절들은 갔다. 꿀렁이며 배 안을 자유롭게 유영하는 이 느낌만으로도 내 안에 새로운 생명이 커가고 있구나 하고 매 순간 느끼게 된다.


그래서일까, 아기랑 조금은 친해진 느낌도 든다. 전과 달리 배를 문지르며 감각을 조용히 느껴보는 시간도 가지고 있다. 며칠 전 자기 전에 남편이 손을 갖다 대니 갑자기 툭- 하고 쳐서 남편은 토끼눈이 되어 나를 쳐다봤다. 태동을 느끼기 전에는 나조차도 아기가 잘 있나, 체감되지 않았는데 임신 느낌에 대해 전혀 알리 없는 남편에게는 처음으로 손의 감각으로 아기의 존재를 느낀 순간이 너무 놀라웠나 보다. 남편도 아가의 확실한 존재감을 느낀 만큼, 이제 우리 둘 모두 아가의 부모로서 이 작은 우리 아기를 자주 쓰다듬어줘야겠다.


사람은 태어난 이후 폐로 호흡을 하기 때문에 물속에서는 숨을 참는 거 말곤 따로 호흡할 수는 없는데, 유일하게 태아가 할 수 있는 행동이 물속 생활이라는 게 신기하게 느껴진다. 350g 밖에 안 되는 이 자그마한 아기가 내뿜는 존재감이 벌써부터 느껴지기 시작했는데, 나중에 1kg, 2kg가 되면 사람들 말대로 정말 퍽퍽- 친다는 표현을 몸소 느낄 것 같아서 벌써부터 살짝 두렵기도 하다.


그래도 태동은 태아가 건강하게 잘 놀고 있다는 징표니까, 엄마는 태동 때문에 잠을 설쳐도 괜찮으니까,

아가야, 계속 꼬물꼬물 신나게 움직여주겠니?


이렇게 하루하루 조금씩 엄마 마인드를 장착하며 아기와 더 친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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