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죽음의 근종통

by 디어살랑

임산부 선배님들의 말에 따르자면 컨디션이 좋아 날아다닐 수 있는 임신 중기에 들어섰다. 초기의 입덧, 무기력함, 졸림, 피곤함과 같은 힘겹고 가파른 계단들을 오르고 결국 중기라는 쉼터에 도달했다, 고 생각했는데. 매일 하는 루틴인 오전에 헬스장 가서 빨리 걷기를 50분 정도하고 집 와서 쉬다가 저녁에 쇼핑몰을 갔다. 쇼핑하는데 이상하게 서있기 힘들고, 아랫배가 뻐근하게 느껴졌다. 밤에 자려고 누웠는데 오른쪽 아랫베에서 뻐근하고 찌릿한 통증이 5분에 한 번씩 밀려왔다. 통증부위가 꽉 쪼였다가 풀어지기를 한참. 통증이 2분마다 나타나기 시작하자 결국 못 참고 새벽 3시에 24시 분만병원을 방문했다.


자궁수축이 있을 수 있어서 검사를 하니 약한 수축이 나타나고 있었다. 초음파로 보는 아기는 다행히 건강했고, 통증이 있는 오른쪽 아랫배에 기계를 갖다 대자마자 엄청난 크기의 근종이 떡하니 자리 잡고 있었다. 여태 근종이 있다고만 들었지 어디 쪽에 정확히 있는지는 몰랐는데 오늘 드디어 확실한 네 놈의 위치를 알았다. 나를 잠 못 들게 한 이 통증의 원인은 이 성가신 근종이 일으키는 근종통이라고 하셨다. 현재 입원할 정도는 아니라고 수액 맞고 타이레놀로 버티는 방법 밖에 없다고 한다.


수액을 맞고 집에 돌아와 겨우 몇 시간 눈을 붙이고 '근종통'에 대해 수십 가지의 글을 찾아봤다. 통증이 너무 심해서 입원한 사람들과 (입원해도 사실상 자궁수축약물을 쓰고 마약성 진통제 맞는 거 말곤 크게 방법이 없다..) 나처럼 집에서 누워서 버틴사람들의 후기가 아주 많았다. 근종통은 모르는 임산부는 아마 죽을 때까지 뭔지도 모르고 지나가고, 한번 겪은 임산부는 죽을 때까지 이 통증을 기억할 정도로 아픈 놈이다. 근종이 있다고 모든 임산부가 통증이 오는 건 아닌데, 그중 누가 될지는 알 수 없다는 게 공포.


통증은 밤에 더 심해지지만 낮에도 어김없이 3-4분 간격으로 찾아왔다. 밥을 먹다가도 통증이 찾아오면 눈을 꾹 감고 인상 쓰면서 제발 이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만을 기다렸다. 밤에는 남편 붙잡고 엉엉 울기도 하고, 뒤척이며 밤을 샌지 4일 차 되는 날부터 아주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다. 통증간격이 10-20분으로 늘어났고, 천천히 걸어 다니고 낮잠도 잘 수 있을 정도로 완화되었다. 그렇게 5일, 6일이 지나고 난 후 아침, 언제 아팠는지 모를 만큼 가뿐하게 일어날 수 있었다.


임신 전 근종에 대해서 알고 있었는데도 진료 본 의사들이 다 임신하는데 문제없는 위치예요~라고 했는데, 착상하는데 문제가 없었을 뿐, 근종으로 인해 주체적으로 정할 수 없게 된 분만방법과 죽음의 통증인 근종통 등은 정말이지 임산부에게는 큰 문제로 다가왔다.


아직도 간헐적으로 근종 있는 부위가 찌릿찌릿할 때가 있는데, 이건 근종을 가지고 있으면 아마 출산할 때까지 느낄 미세한 통증이라고 한다. 아, 지긋지긋한 근종이여. 이 글에만 근종이라는 단어를 몇 번이나 반복해서 말했는가.


이번 근종통을 계기로 일상의 소중함, 그냥 서서 요리하고 산책하고 하는 게 얼마나 행복한 건지 그 기쁨을 알게 되었다. 아프면 정말 모든 게 올스탑이라서 건강관리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출산 전까지 언제 다시 찾아올지 모르는 통증이지만 미리 걱정하지 말고 현재 내가 즐길 수 있는 것들을 마음껏 즐겨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일주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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