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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더 안다는 것

정신과 상담을 통한 나의 관찰기

by 나이현

찬찬히 나를 관찰해 보았다. 그러자 정말로 나에 대해 알 수 있었다. 관찰은 어떻게 하는 것이냐 하면 내가 어떤 감정을 느꼈을 때 사실, 감정, 생각, 충동을 정리해 보는 것이다.


일하다 실수를 하면(사실) 짜증나고, 답답하고, 일하기 두려워졌다.(감정) 그런 감정이 들면 점장이 내게 안 좋은 소릴 할까봐 두렵고 불안했다.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나쁜 쪽으로 예상해본다. 그리고 직원들끼리 내 얘기를 하겠지? 틀림없이 나는 별로인 알바생으로 얘기하겠지 예상해본다.(생각이지만 사실은 아니다.) 그래서 또 실수를 할까 불안하고 더 밉보이기 싫다고 느낀다. 원래 처음에는 다들 이런다고 달래보지만 잘 되지 않고 나의 일 못하는 모습이 용납되지 않는다. 짜증과 불안이 인다. 결국 다 그만두고 싶어진다.(충동) 남은 시간이 괴롭다.

이렇게 정리해 보면 사실 내가 느끼는 감정은 필요가 없어진다. 사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설령 사실이라고 해도 그들이 그럴 자격이 있는가 객관적으로 생각해 보아야 한다. 제 3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하는 버릇을 들이다 보면 내가 왜 이런 감정이 드는가 근원적인 부분까지 생각해 보게 된다. 내가 왜 이렇게 남의 시선을 신경쓰지?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건 완벽주의 성향이 강해서 더 그런 것이구나 깨닫는다. 그런데 왜 그런 성향이 강할 수밖에 없었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질문해 보는 것이다.

나는 처음에 내 병적인 완벽주의 성향이 가정환경 때문인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이번 기회에 관찰해 보니 그게 아니었다. 가정환경 뿐만이 아니라 내 중학교 시절 겪었던 환경도 원인 중 하나였던 것이다. 중학교 시절의 나는 꽤 많이 경직되어 있었다. 그 이유는 여자를 조롱하는 남학생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그들의 그런 태도는 여성 교사에게도 향했고, 자신의 무리가 아닌 여자애들도 물론 큰 이유 없이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이없지만 나는 길을 가다 넘어질 뻔한 것도 같은 학교 남학생들에게 조롱당했다. 그 기억이 아직까지도 나한테 남아있다. 이러한 태도는 폭력적이었고, 그것이 조롱당하고 싶지 않은 나에게 방어기제를 발휘하게 했다. 어릴 때는 가난한 사람으로만 보이지 않아야지, 했던 게 중학생 이후로 나의 행동, 말 하나하나를 다 신경쓰게 된 것이다. 이제 와 생각해보면 참 어이없다는 생각이다. 그 누구도 나를 조롱할 자격은 없는 것인데...


자아형성에 영향을 주는 시기에 그런 환경에 놓이니 나는 더욱 때묻지 않고 너희들이 공격할 사람이 아니라는 의도가 담긴 페르소나를 장착하기 시작했다. 평범함이 나의 무기였다. 내 기준 속 나는 뭐든지 무난하게 해낸다. 그러나 나는 무난하게만 하지는 못하는 사람이다. 실수를 하고, 자책하는, 그냥 한 인간이다. 어릴 때는 그걸 몰랐다. 나는 이제서야 내 진정한 원인들까지 파악하기 시작했다. 그때의 슬픔보단 힘들어하면서도 끊임없이 생각하여 결국 나를 더 알게 된 내가 멋있고 자랑스러웠다. 그동안 해보지 못한 경험이었다. 나는 그대로 선생님께 말했고 모범생이란 소리를 들었다. 시험에서 100점을 맞는 것보다 더 좋은 모범생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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