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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ress A Apr 01. 2024

길 수밖에 없는 납부기간

최소 8년, 최장 10년!

계속해서 말하지만, 채무 조정 제도는 채무를 조정해 상환을 돕는 제도지, 채무 변제 제도가 아니다.


개인 워크아웃을 알아보고, 진행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예상외로 놀라는 부분이 있다. '나는 빚을 탕감해 준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게 아니라 빚을 길게 갚는 거네?'라는 거다. 이건 제대로 된 정보 조사를 하게 되면 제일 먼저 알게 되는 부분일 것이다.



다른 제도는 내가 직접 체크를 다 해 보진 못했지만, 개인워크아웃은 최우선적으로 채권의 이자를 빼고 원금을 갚는 것을 우선적으로 한다. 이 때문에 채무 조정 및 협의 단계에서 여러 이슈가 나오는 것이지만, 아무리 고자세인 협약기관도 '원금 100% 갚는 것'을 조건으로 협의를 제안하면 군소리 없이 조정안을 받아들이는 형태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채무를 갚아나가는 기간 역시 달라진다. 카드 대금은 한 달, 평균 대출은 최소 3년, 5년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개인워크아웃의 변제 기간은 최소 8년에서, 길게는 10년까지 변제 기간을 잡아주도록 되어 있다. 변제금은 협의 기관이 부동의 의사를 밝혀 컨트롤을 할 수 있다 하더라도, 변제 기간은 협약기관도 어떻게 할 수 없는 신용회복위원회의 절대적인 권한인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알 수 있는 것은, 개인워크아웃은 최종적으로는 채무를 하나로 묶어 이자를 조정하고, 더 나아가 변제 기간을 최대한으로 늘려 한 달에 변제해야 되는 금액의 부담을 줄여주는 제도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부채를 탕감'해주는 제도가 아니라, 채무의 형태를 조정해 좀 더 쉽게 빚을 갚아나갈 수 있도록 하는 제도라는 것이다.



이 부분은 개인워크아웃 제도와 관련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던 사람들도 잘 모르는 내용일 것이다. 당연히 '채무 탕감' '빚 변제'에만 포커스가 맞추어져 있는 텍스트에 현옥 돼 제대로 된 제도의 구성과 진행 방식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매번 텍스트를 끄적이면서 말하지만, 채무 조정의 목적은 단 하나다. '어떻게든 저 사람이 정상적으로 살아가면서 빚을 갚을 수 있게 하겠다'라는 점이다.


사람마다 상황 등이 다르긴 하지만, '채무 조정'이라는 점을 명심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실제로 많은 채무 조정을 진행한 사람들이 8-10년의 기간을 다 채우지 않고 빚을 갚아 나간다. 이런 경우가 소수라면 당연히 별개의 경우라고 말을 하겠지만, 상당한 비율 이상을 차지한다면 무엇이라고 말을 해야 할까. '현재 기본적인 대출 시스템과 관련해서 이자 책정이 단단히 잘못되어 있다'라는 점을 돌아봐야 하는 것 아닐까?



사실 이자뿐만 아니라 채무조정 접수가 되면서 시작되는 '추심 및 압류 금지' 조치에 대해서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일부는 이 추심과 관련한 요소를 '빚을 갚아야 하는데 갚지 않으니 당연히 진행해야 하는 절차 아니냐'라는 의견을 내기도 한다. 분명히 그건 틀린 말이 아니다. 빚은 갚아야 하고,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채무 조정 역시 저 '빚을 갚는다'라는 대전제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면 무엇이 문제일까. 추심을 금지했을 뿐인데, '어떻게든 빚을 갚아나가는 사람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이건 사실 포장을 목적으로 할 필요도 없이 절대적인 지표가 보여주고 있다. 신용회복위원회의 채무 조정 제도를 통해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빚을 갚아나가고 있다. 이 제도가 아니었다면, 개인회생이나 파산을 통해 채권 자체가 휴지조각이 되고, 금융권과 채권자들은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던 건이다.



추심에 대한 압박이 없어지니, 자연스럽게 돈을 벌어서 빚을 갚을 수 있는 환경 조성이 더 유리해졌다. 이걸 바탕으로 사람들은 빚을 갚아나가기 시작했고, 기간은 조금 더 걸리긴 했지만 완제를 한 사람들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 정도면 사실 빚을 갚아나가는 채무 조정자가 아니라, 애당초 잘못된 설계로 돈을 빌려준 금융권에 문제를 제기해야 하는 게 맞는 말 아닐까?



사실 길게 텍스트를 나열했지만, 핵심은 하나다. 개인워크아웃은 변제 기간이 길고, 한 달에 내야 하는 부담을 줄여주는 제도다. 긴 변제 기간이 싫다면 열심히 추가금을 모아 일시납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고, 어찌 보면 효과적인 방법일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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