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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s Nov 10. 2024

내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한 구도적인 여정 <면도날>

래리의 삶을 통해 살펴보는 삶의 의미

INTRO


어쩌다 우연히, 세계문학 전집에 관심이 있어서 둘러보던 중 책의 내용과 사람들의 리뷰에 꽂혀서 읽게 된 책.

이미 유명한 명저라서 그런지, 생각보다 되게 많은 리뷰들이 있었습니다.

그 리뷰의 공통적인 키워드는 "인생의 의미에 대한 고찰"이었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한 번쯤, '우리는 왜 살아가고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을 한 번쯤 품어보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질문을 계속해서 파고들기에는 세속적인 삶이 너무나 바쁘고 여유가 없기에, 그저 관성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겠죠. 저 또한 당연히 그렇고요.


그런 사람들에게, 다시 한번 삶의 의미에 대해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소설이 바로 <면도날>이 아닌가 싶습니다. 소설 속 등장인물인 래리와, 다른 등장인물들의 삶이 너무나 생생하면서도 자세하게 묘사되어, 정말로 누군가의 삶을 엿보는 기분이 들거든요.

이를 통해, 우리는 면도날처럼 날카롭게 존재론적인 의문에 대해 파고들게 됩니다.


예전에, 유튜브에서 래퍼가 자신의 삶을 녹여낸 랩을 하면 누구도 이길 수 없다는 댓글을 본 적이 있는데, 소설도 이와 비슷하지 않나 싶습니다.

인간의 본성, 삶의 의미, 철학 등을 녹여낸 소설은 명작에 오를 수밖에 없지 않나 싶습니다.

그 명작 중 하나가 바로 <면도날>인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줄거리 & 감상문


작품의 전반적인 줄거리는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주인공 래리의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한 주요 여정입니다.

여느 젊은이들처럼 그저 평범하지만, 꽤나 잘생기고 매력적인 청년이었던 래리는 1차 세계대전에 참가하게 됩니다. 여기서, 자신의 목숨을 구해주고 대신 죽은 친구를 통해 삶의 의미, 존재론적인 질문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래리는 인생의 의미 자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세속적인 성공이 보장되어 있는 길을 마다하고, 파리에서 공부를 하고 육체적인 노동을 하게 됩니다. 이것도 모자라서 인도에서 요가 수행자를 따라가는 등의 활동을 하며 영적인 생활에 집중하기까지 하죠.

이 래리라는 인물을 통해, 우리는 삶의 의미와 방향에 대한 질문을 독자인 우리도 스스로 하게 됩니다.


작품의 가장 주요한 중심 이야기는 래리라는 인물이 맞지만, 래리와 정반대 되는 가치를 추구하는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도 등장하면서 소설의 내용을 풍부하게 꾸며줍니다.

래리의 약혼자이자,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지만 삶에서 추구하는 방향이 달라 헤어지게 된 약혼자 이사벨. 그녀는 래리를 분명 사랑하고 흠모했지만, 세속적인 부유함에서 즐길 수 있는 갖가지 향락과 쾌락을 포기하지 못해 래리한테서 돌아서게 됩니다. 또, 엘리엇 템플턴이라는 인물도 등장하는데 이 인물은 사교계에 목숨을 건, 세속적인 삶의 극치를 살아가는 인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오죽하면, 죽는 순간까지 자신의 삶의 의미와 존재론적인 의미보다 그저 사교계에 자신이 어떤 존재였는지 확인하고 싶을 정도로 말이죠.


이렇게 대비되는 인물을 통해서, 우리는 세속적이고 부유한 삶의 허영을 느끼게 됩니다.

이와 반대로, 자신의 존재의미를 찾기 위해 부랑자처럼 사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래리의 순수한 열정에 약간 감탄을 하게 되기도 합니다.


주요 주인공은 래리가 맞지만, 래리의 이야기는 그렇게 자세히 나오지 않습니다.

세속적인 삶을 살아가는 이사벨과, 엘리엇 템플턴의 이야기가 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소설의 절반을 차지하는 만큼, 그들의 삶과 세속적인 허영심도 자세하고 세부적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런 세밀한 묘사와, 인물들의 대비를 통해서 우리는 삶에서 어떠한 가치를 추구하고, 세속적인 삶의 허영과 그 텅 빈 공허함을 마주 보게 됩니다.

그 공허함을 잘 들여다보면, 소설을 읽는 독자들도 자신의 세속적인 삶에 대해 한 번쯤 고찰을 하게 되지 않나 싶네요.



소설에서 재밌고 특이했던 부분.


1. 작가 본인(서머싯 몸)이 작품 속에서 관찰자로 등장하여, 소설 속 캐릭터들의 삶을 관찰하여 이야기를 서술해 나가는 방식이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를 통해, 작가님 본인의 생각과 느낌이 작품 속에 잘 녹아들지 않았나 싶습니다.


2. 제6장에서 래리가 인도여행을 통해 느낀 종교적, 영적인 통찰을 들려주는데 이것이 꽤나 심오합니다. 평소에 영적, 종교적인 이야기들(영혼, 신, 이원성 등)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꽤나 주의 깊게 볼 수 있는 대목이 아닌가 싶습니다. 


3. 작품 속 등장인물들의 가치관이 대화를 통해서 정말 잘 드러납니다. 어찌 보면 현실 속 인물보다도 더 자세하고 낱낱이 인물들의 내면이 드러나다 보니, 소설 속 등장인물이 아니라 현실에 존재하는 어떤 인물의 관찰기처럼 느껴질 정도로 말이죠.


END


우리는 모두 인생을 살면서, 자신이 살아가는 의미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게 됩니다.

왜 그런 것일까요? 저는 솔직히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이렇게 정의 내렸습니다.

"삶은 본질적으로 아무런 의미가 없고, 자신이 스스로 의미를 만들어가는 여정이다."


예를 한 번 들어봅시다.

가위라는 존재는, 우리가 어떠한 물건을 자르기 위해 만들어낸 사물입니다.

그렇기에, 이 가위의 존재의미는 세상에 나타날 때부터 이미 정해져 있으며, 날이 닳아서 더 이상 어떤 것도 자르지 못할 때에 존재의미를 다 하게 됩니다.


그러나, 우리 인간은 가위처럼 명확한 존재의미를 가지고 태어난 존재일까요?

과학자는 태어날 때부터 과학자가 되기 위한 운명이었을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람은 모두 자신만의 존재 의미를 스스로 찾아갈 수밖에 없는 구도자라고 생각합니다.

삶에는 어떤 의미도 없고, 그저 본인이 그 의미를 찾고 만들어내 가는 여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평소에, 우리는 죽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그저 관성대로 삶을 살아갑니다.

하지만, 래리처럼 누군가의 죽음이나 아니면 다른 충격적인 사건을 계기로 삶의 민낯을 마주하게 된다면, (우리는 언제든 죽을 수 있으며, 그 죽음 앞에서 우리는 너무나 무력하고 삶의 숭고한 가치도 허무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 그때서야 우리는 삶에 대한 철학적인 고민에 빠져들게 되죠.


그 고민은 일상 속 삶을 살아가면서는 거의 할 일이 없기에, 우리는 그저 관성대로 살아가며 나이가 들어가게 됩니다. 어찌 보면 삶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이자 대답일 텐데 말이죠.

그 질문을 할 수 있게 만드는 소설이 바로 <면도날>이었습니다.


가볍게 힐링할 수 있는 소설들도 물론 좋지만, 요즘 삶을 살아가는 의미를 잘 모르겠고 공허함을 느낀다면 <면도날>을 한 번 읽어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우리 모두는 래리처럼, 자신의 삶의 의미를 찾아야 하는 구도자이기에 소설 속 래리의 여정을 읽다 보면 분명 내 삶에 대해서도 느끼는 바가 있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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