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자가 느낀 나름의 꿀팁들
2022년 2월 말 ~ 2024년 7월 말까지 약 2년 반 동안 여기저기 방황하면서 취준생활에 느낀 점들 몇 가지를 적어봅니다.
아직도 정규직이 되지 못하고 계약직을 하고 있는 제가 적는 것이기에 신뢰성이 없을 수 있으니, 가볍게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내가 가고 싶은 기관이 아니더라도, 직무가 동일하다면 무조건 지원해서 서류 - 필기 - 면접 전부 겪어보시는 게 좋습니다. 정말 가고 싶은 기관이 아니라면, 최종합격 후 채용포기를 해도 되니깐 꼭, 무조건 지원해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서류 제출에서 내 자소서 실력을 점검할 수 있고, 필기 전형에서 내가 어느 정도 실력인지 객관적으로 점검할 수 있습니다. 면접은 두 말할 것도 없이 경험을 많이 해야만이 실력이 쌓입니다.
완벽주의로 처음부터 전부 준비하려 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내가 가고 싶은 기관만 지원하려 한다면, 1년에 1~2번 밖에 지원을 못할 텐데 그러면 경험 부족으로 오히려 쓴맛을 보실 수도 있습니다. 다른 여러 기관에도 똑같이 지원해서, 서류 - 필기 - 면접 모든 경험을 쌓아보시길 추천드립니다. 그렇게 실력을 쌓아놔야만이, 정말로 내가 가고 싶은 기관을 갈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질 테니까요.
요즘은 신입도 그냥 신입이 아니라 중고신입이 많은 것처럼, 공공기관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쌩신입인 사람들도 필기를 잘해서 면접까지 오기는 하지만, 면접까지 한 방에 통과하는 분들은 정말 소수입니다.
대부분은 인턴을 했거나, 계약직 같은 경력이 있는 분들입니다.
상위권 공기업이나, NCS 천하제일대회가 펼쳐지는 일부 기관을 제외하고는 NCS 필기보다는 면접에서 그 합격이 갈립니다.
면접은 경력자일수록 유리한 게 사실이고요.
공공기관은 공무원이랑 취업 준비 성격이 다릅니다.
필기 공부에만 너무 집중하면서 무경력이 되는 것보다는, 체험형 인턴을 하면서 이것저것 경험도 많이 하면서 공부를 하는 게 더 좋을 것 같습니다.
그저 가벼운 인턴이라 하더라도, 어느 분야에 들어온 이상 나의 평판은 쌓이기 마련입니다.
만약 평판을 나쁘게 쌓았다면, 면접을 잘 봤다 하더라도 최종심사에서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공공기관은 그런 게 덜할 거 같지만, 사기업에서는 전화를 해서 이 사람 어땠냐고 물어보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그런 걸 떠나서라도, 결국 이 분야에서 오랜 기간 일을 할 거라면 향후 선배나 동료, 후배가 될 수 있는 사람들과 잘 지내고 좋은 평판을 쌓아두는 게 좋습니다. 너무 당연한 얘기이지만, 인턴을 하면서 너무 본인의 미래에 대한 압박감과 부담감에 휩싸여서 사람들과 멀리하지 않았으면 해서 말씀을 드려봅니다.
힘들겠지만, 어느 조직을 들어가든 사람들과 원만하게 잘 지내고 내가 할 일을 잘해놔야 향후에 불이익을 받지 않기 때문입니다. 냉정하지만 이게 현실인 거 같더군요.
(너무 힘들면 중도퇴사해도 된다. 일단 살고봐야지..)
체험형 인턴 같은 경우에는 중도에 이직해도 좋긴 합니다.
워낙, 하는 업무가 별로 없기도 하고 사람들도 다 정규직 취업 전에 잠깐 들렀다 가는 존재라고 생각하니까요.
하지만, 그렇게 중도로 이탈하게 되면 어디서든 써먹기 애매한 경력이 됩니다.
2~3개월짜리 경력은 어디서도 취급해 주기 힘든 경력이며, 사실 중도 퇴사는 더욱 그렇습니다.
계약직의 경우에는 기관마다 다르겠지만, 정규직에 준하는 업무를 하는 곳이라면 경력을 잘 쌓아두는 것이 좋습니다. 정말로 좋은 곳의 정규직으로 이직하지 않는 이상, 웬만하면 계약만료까지 일을 해서 계약만료로 퇴사하는 것이 향후에 다른 공고에 지원할 때에도 힘이 되어주는 경력이 될 것입니다.
저 같은 경우, 4~5개월만 다니고 그만두거나, 3개월짜리 기간제 근로자, 6개월짜리 체험형 인턴과 같은 이런 경력만 쌓았다 보니 제대로 써먹을 수 있는 경력이 없습니다.
그래서, 항상 뭔가 좀 아쉽더라고요.
체험형 인턴은 일단 경험해보고 싶고, 알고 싶은 기관이면 해보는 게 좋지만, 계약직은 조금 더 신중하게 선택하셔서 경력을 잘 쌓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적어도 1년은 다녀야 어디서든 써먹을 수 있고 어필할 수 있는 경력이 되니까요.
어느 조직을 다니다 보면, 비슷한 동종업계에 대한 소문을 듣게 될 것입니다.
여러 조직을 다니다 온 동기나, 사수, 멘토 분들한테 다양한 얘기를 들으면서 알게 될 텐데요.
다른 사람들의 말로만 그 기관을 평가하고 지원 안 해야지! 이런 판단을 내리는 것은 금물입니다.
체험형 인턴이라 할지라도, 본인이 직접 다녀보고 판단하는 것이 좋습니다.
일이 정말 많은 기관이라 하더라도, 내가 그 일에 보람과 재미를 느낄 수도 있습니다.
또, 사람이 좋으면 이상하게 다닐 맛도 나고요.
하지만, 일은 편하고 별로 없더라도 사람이 별로면 얼마 못 버티고 그만두기도 합니다.
이 모든 것은 결국, 직접 경험해보지 않는 이상 모르는 일입니다.
다른 사람들의 말은 참고만 하고, 판단은 여러분이 직접 하는 게 좋습니다.
취준생이라는 신분에 있다 보면, 내가 이렇게 쉬어도 되나? 더 공부하거나 일을 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압박감에 휩싸이게 됩니다. 그 압박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공부를 하거나 휴식을 멀리하게 되어 슬럼프나 번아웃이 올 수도 있습니다.
공공기관 취준을 진지하게 생각하시는 분이라면, 너무 그렇게 본인을 압박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필기시험을 친 날은, 시험 치고 나서 저녁까지 또 공부하기보다는 산책을 하거나 좋아하는 취미활동이라도 하면서 쉬셨으면 좋겠습니다. 하루에 계획한 양을 끝마쳤다면, 추가로 더 하기보다는 당연히 더 쉬셨으면 좋겠고요.
공공기관 취준은 누군가는 금방 할 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겐 정말 오래 걸리기도 하는 일입니다.
다른 사람의 속도에 신경 쓰기보다는, 본인만의 속도와 페이스조절을 잘하면서 멘탈 관리를 잘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멘탈 관리는 결국, 휴식을 얼마나 잘 취하느냐에 달려있습니다.
월 ~ 토요일을 공부했다면, 일요일에는 공부할 수 있다 하더라도 하루쯤 휴식해 보세요.
시험을 친 날은, 분명 시험을 준비하기까지 열심히 공부했으니 무조건 쉰다는 생각을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어떻게 사람이 땅만 보면서 살겠습니까? 가끔은 하늘도 보고, 주변의 풍경도 보면서 걸어야죠.
취업은 분명 우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분기점 중 하나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 삶을 그렇게 어둡고 답답하게 살아가야 할 이유가 되진 않습니다.
공공기관 취준이 고시급이나, 인간승리를 요구할 만큼 엄청난 절제를 요구하는 것도 솔직히 아니고요.
(일반적인 공공기관을 생각한다면 말입니다.)
꼭 취준생뿐만 아니라, 합격하고 나서도 휴식은 참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러니, 휴식에 너무 인색하기보다는 쉬어야 할 자격이 있다면 맘 편히 쉬었으면 좋겠습니다.
이건 몇몇 분들에게만 해당하는 사항일 수 있는데요.
저 같은 경우에는 기사 자격증이 5개나 있습니다. 공공기관에서 스펙으로는 분명 2~3개면 충분함에도, 저는 남들보다 2개 이상을 더 취득하였습니다.
기사 자격증은 2~3개만 취득하고, 다른 스펙을 취득하거나 필기 공부에 집중하는 게 맞는데, 저는 필기 공부나 자소서를 쓰기 싫어서 쓸데없이 기사자격증만 더 취득한 것입니다.
이렇게 취득한 자격증은 취업만 봤을 때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차라리 이 시간에 필기공부를 하거나, 다른 스펙을 쌓는 게 더 도움이 되었을 겁니다.
그러니, 공부 욕구가 높으신 분들이라 하더라도, 합격에 필요한 것만 열심히 한다는 마인드를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자격증 시험을 준비할 때 딱 필요한 것만 공부하고 암기하지, 책에 없는 내용까지 추가로 찾아보고 공부하진 않잖아요? 취준도 똑같습니다. 좀 더 본질적인 것에만 집중하시는 게 더 시간을 줄이고 효율적으로 취업준비를 하는 방법일 것입니다.
자격증 취득은 분명 재밌고 보람찬 일이기도 하다 보니 스펙 쌓기 중독에 걸릴 수도 있는데,
스펙은 결국 내가 원하는 기관에 취직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잖아요? 수단에 집중하기보다는 본질인 정규직 합격에 집중하시기 바랍니다.
정규직에 합격하면, 자격증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기쁠게 분명하니까요.
(만약 실패했다 하더라도, 인생은 참 넓고 다양하다. 불행은 실패만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며, 행복은 또 성공만으로 찾아오지 않는다.)
공공기관이 아니라, 공무원, 고시 등등 분명 다른 분야에서도 실패한 사람들이 더 많을 겁니다.
몇 년간의 수험생활을 접고 그냥 중소기업에 취직한 분들의 이야기는 유튜브에 널리고 널렸죠.
그런 분들은 자신이 준비한 "분야"에서는 실패했을지 몰라도, 정말 인생 전체에서 실패한 것일까요?
우리 인생이 정말 그거 하나로만 결정될 정도로 좁은 길인 걸까요?
아닙니다.
분명 그거 하나만으로 우리 인생을 실패했다고 보기에는 어렵습니다.
끝끝내, 내가 가고 싶은 조직이나 기관, 시험에 불합격하여 못 가게 될지라도 최선을 다했다면, 분명 남는 게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후회가 남지 않도록, 자신에게 부끄러움이 남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저는 공공기관 취업준비를 할 때, 솔직히 열심히 하지 않았습니다.
제 실패담을 보시면 알겠지만, 기간제근로나 체험형 인턴을 할 때는 놀기도 사실 많이 놀았고, 공부를 많이 하지도 않았으며 그렇다고 여기저기 채용공고를 막 지원하지도 않았습니다.
뭣도 없는 주제에, 여기저기 기관을 제 입맛에 따라 고른다고 좋은 기회들을 놓친 적도 많습니다.
그래서, 아쉬움과 후회가 많이 남습니다.
저는 제가 최선을 다하지 않았음을 알고 있거든요.
그 결과, 이렇게 실패의 길을 겪게 되었습니다. 아쉬움과 후회도 좀 남긴 하지만, 그것은 제 잘못이기에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지금 제가 정말 많이 불행하냐고 묻는다면, 또 그렇지는 않습니다.
저는 다행히 운 좋게, 새로운 분야에서 새로운 길을 열심히 걷고 있기도 하고, 내가 좋아하는 취미활동을 찾아서 즐겁게 인생을 살아가고 있어서 오히려 의미 있고 행복하게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인생은 어느 한 분야에 실패했다 해서, 꼭 죽으라는 법은 없더군요.
내가 걷던 길이 중도에 막혀버려서 되돌아갈 수밖에 없더라도, 그 되돌아가는 과정에서 지름길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그전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샛길이 나타나기도 하죠.
그러니, 실패했다 하더라도 주저앉지 말고 다시 일어나서 걸으시면 좋겠습니다.
인생은 분명, 용기있는 여행자에게는 새로운 샛길을 안내해 줄 테니까요 :)
이상으로, 공공기관 취업 실패기를 완전히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부족한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인사를 드리며, 향후에 다른 내용의 에세이로 찾아뵐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