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지어 나조차도
파란색 렌즈를 착용한 사람에게 빨간색이 보이냐고 물으면 어떤 답이 돌아올까? 당연히 보이지 않는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피자를 싫어하는 사람에게 피자에 대한 평을 작성해 달라하면 어떨까? 어떤 피자를 갖다 놔도 부정적인 답이 돌아온다.
사람에 대한 평가도 그렇다. 누군가를 만날 때 흔히 주변에 물어본다. '이 사람 어때?' 부정적인 대답이 돌아오면, 만나기가 왠지 꺼려진다. 그러나 막상 만났는데 좋은 기억이 있지 않은가. 반대로 좋다고 했는데 별로였던 사람도 있지 않은가. 모두에게 좋은 사람은 없다. 반대로 모두에게 별로인 사람도 없다. 국민 MC라 불리는 유재석 씨에게도 안티가 있듯이 말이다. 심지어 연쇄 살인범으로 희대의 악인이 된 사람도 아내가 있다.
이게 우리의 삶이다. 우리는 자신만의 렌즈로 세상을 바라본다. 파란색 렌즈를 끼면 파랗게 보이고, 빨간색을 착용하면 빨갛게 보인다. 우린 모두 렌즈를 착용하고 있다. 다만, 렌즈를 착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계속 잊어버릴 뿐. 그래서 스스로가 렌즈를 끼고 있다는 사실을 항상 상기해야만 한다.
모든 건 결국 내 시각, 입맛에 따라 달라진다. 그래서 나는 항상 의심한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100% 수용하지 않는다. 특히 어떤 사람을 평가할 때 그렇다. 반대로 내가 내리는 평가도 조심스럽다. 한 사람에 대한 생각을 남에게 옮기려 하지 않는다. 있는 사실만을 전달하려 노력한다. 예를 들어, 그 사람은 치킨을 좋아하더라와 같이 말이다.
가능하다면 내 의견조차 의심하려 한다. 과연 내가 내린 판단이 맞을까. 혹시 지금 감정이 영향을 미치진 않았을까 고민해 본다. 쉽지 않은 과정이다. 의심하는 나조차 렌즈가 끼어있을 테니 말이다.
그래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려 한다. 나와 다른 렌즈, 즉 다양한 가치관을 가진 이들을 만나며 시각을 넓히려 한다. 내가 생각하지 못한 관점으로 세상을 보는 이들이 많다. 충돌하는 의견 속에서 삶을 배워나간다. 그나마 이것이 색안경을 벗는 유일한 방법이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