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가 서서히 하와이에 다가가자, 끝없이 펼쳐진 에메랄드빛 바다와 야자수가 바람에 흔들리는 섬이 보였다.
하와이, 오하우 섬. 몇 번을 찾아와도, 늘 새롭게 반겨주는 이곳.
따뜻한 바람, 부드러운 파도 소리, 하늘을 물들이는 노을까지. 이곳은 언제나 천국 같은 순간을 선물해 주는 곳이다.
이번이 세 번째 방문. 익숙하지만, 그 익숙함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곳.
하와이에서는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 그리고 나는, 그 느림 속에서 이번 여행의 새로운 순간들을 채워갈 것이다.
다이아몬드헤드, 하와이를 품은 정상에서
개인적으로 하와이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바로 다이아몬드 헤드(Diamond Head)이다.
와이키키에서 트롤리를 타고 다이아몬드 헤드로 가는 길. 창밖으로는 익숙한 풍경들이 스쳐 지나갔다.
야자수가 도로 옆으로 늘어서 있고, 햇살을 머금은 바다가 저 멀리 반짝이고 있었다.
관광객들이 붐비는 와이키키를 벗어나자 조금씩 공기가 달라졌다. 북적이는 도심을 지나, 조용한 주택가를 지나, 어느새 다이아몬드 헤드 초입에 도착했다.
이제부터는 걸어야 했다.
다이아몬드 헤드 트레일의 시작점, 넓은 잔디밭이 펼쳐진 공원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돗자리를 펴고 브런치를 즐기는 가족들, 그늘 아래에서 책을 읽는 여행자들, 가벼운 운동을 하는 사람들...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하와이의 평화로운 아침이었다.
나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햇살이 부드럽게 내려앉은 잔디밭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아직 정상에 오르지도 않았는데 벌써 하와이의 여유에 흠뻑 젖어버린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이제, 나는 이곳보다 더 높은 곳에서 하와이를 바라볼 준비를 해야 했다.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올라가며 트레일 입구를 지나, 본격적인 등반이 시작되었다.
다이아몬드 헤드는 그리 험한 산이 아니다. 하지만 부드러운 곡선의 능선 아래 완만한 경사로가 이어지다가
점점 가파른 돌계단이 나타났다.
처음에는 여유롭게 걸을 수 있었지만, 중간쯤 올라가자 숨이 조금씩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힘들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왜냐하면, 올라갈수록 점점 더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푸르른 초목들 사이로 하늘이 조금씩 보였다. 그러다 한참을 올라가니 언제부터인가 저 멀리, 에메랄드빛 바다가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멈춰 서서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하와이, 정말 아름답구나."
숨을 고르는 동안, 나는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와이는 단순히 휴양지가 아니라, 자연이 살아 숨 쉬는 섬이었다.
바람에 흔들리는 야자수, 멀리 보이는 초록빛 능선, 그리고 점점 더 깊어지는 바다의 푸르름.
그 모든 것이 한 폭의 그림처럼 내 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마지막 가파른 계단을 오르자, 드디어 정상이 눈앞에 나타났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
눈앞에 펼쳐진 것은, 와이키키 해변을 품은 하와이의 절경이었다.
하늘과 맞닿은 바다는 에메랄드빛과 코발트블루가 섞이며 빛에 따라 색을 달리하고 있었다.
와이키키 해변의 끝없는 모래사장, 그 위로 줄지어 서 있는 리조트들, 그리고 그 너머로 끝없이 펼쳐진 태평양.
하와이를 세 번째로 찾았지만, 그리고 지난번에도 다이아몬드 헤드를 올라왔지만, 이 순간만큼은 처음 하와이에 도착했던 날처럼 가슴이 두근거렸다.
정상에 서서 나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바람 소리를 들으며, 이 눈부신 풍경을 온전히 내 가슴에 담아두고 싶었다.
다이아몬드 헤드 위에서 내려다본 하와이는 단순한 절경이 아니라, 하와이의 또 다른 모습이었다.
와이키키 해변에서만 바라보던 바다가 이제는 내 발아래에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하와이와 더 가까워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시간이 멈춘 듯한 풍경 속에서 나는 조용히 생각했다.
"이곳에 다시 오고 싶다."
하와이는 늘 그런 곳이다. 몇 번을 찾아도, 언제든 다시 오고 싶은 곳.
내려가는 길, 나는 천천히 걸으며 이곳에서의 기억을 오래도록 간직하기로 했다.
하와이의 바람, 푸른 바다, 그리고 이 높은 곳에서 바라본 천국 같은 순간.
다이아몬드 헤드는, 내게 그런 기억을 선물해 준 곳이었다.
와이키키, 하와이의 여유를 걷는 시간
다이아몬드 헤드에서 내려오며, 나는 여전히 정상에서 바라본 풍경을 머릿속에 그려보고 있었다.
발아래 펼쳐졌던 끝없는 에메랄드빛 바다와 와이키키 해변을 따라 늘어선 고층 호텔들.
그 모든 것이 한 폭의 그림처럼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풍경 속으로 들어갈 차례였다.
이번에는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것이 아니라, 와이키키 해변을 직접 걷고, 그 바다와 하늘 속으로 스며들 차례였다.
와이키키 해변. 하와이를 대표하는 이곳은 언제나 느긋한 자유로움으로 가득한 공간이었다.
길을 따라 걸으며 나는 하와이 사람들과 여행자들이 만들어내는 평화로운 풍경을 바라보았다.
어떤 사람들은 모래사장 위에 누워 아무런 걱정도 없이 하와이의 태양을 온몸으로 맞이하고 있었다.
그들의 여유로운 모습이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착각을 들게 했다.
한쪽에서는 서핑을 배우는 사람들이 보였다. 보드 위에서 균형을 잡으려 애쓰며 파도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그들의 모습이 부러웠다. 나는 아직 한 번도 서핑을 해본 적이 없지만, 언젠가는 나도 이 바다 위에서 파도를 타보고 싶었다.
다음번에 하와이를 찾는다면 꼭 서핑에 도전해보고 싶다. 바닷속으로 뛰어들어 하와이의 파도를 직접 느껴보고 싶다.
그 생각을 하며 나는 모래사장에 앉아 와이키키의 바다를 바라보았다.
해가 천천히 서쪽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푸른 바다는 어느새 주황빛과 보랏빛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하와이의 석양은 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특별한 순간을 만들어낸다.
태양이 바다로 스며들수록 하늘과 바다는 서로의 색을 바꾸어 가며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듯했다.
나는 이 장관을 그저 조용히 바라보았다. 카메라로 담을 수도 있었지만, 이런 순간은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기억하는 것이 더 소중했다.
하와이의 저녁은 그 자체로 하나의 마법 같았다.
태양이 완전히 저물고 하늘이 짙은 남색으로 물들기 시작하면, 와이키키 해변은 또 다른 매력을 드러낸다.
해변가의 호텔과 레스토랑들이 불빛을 하나둘 밝히기 시작하면서 반짝이는 조명이 바다 위에 부서지며 일렁였고, 여기저기서 음악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우쿨렐레 선율이 잔잔히 흐르고, 어디선가 부드러운 훌라댄스 공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낮 동안 파도를 타던 서퍼들은 이제 해변에 앉아 맥주 한 잔을 기울이며 하와이의 밤을 즐기고 있었다.
나는 천천히 해변을 따라 걸었다. 파도 소리를 들으며, 하늘을 수놓은 별들을 바라보며, 아무런 계획도, 어떤 일정도 없이 걸었다.
이것이 하와이의 밤이었다.
그저 걷기만 해도, 그 자체로 여행이 되는 곳.
나는 마지막으로 밤바다 위에 반짝이는 불빛을 바라보았다. 파도는 여전히 부드럽게 밀려오고 있었고, 공기는 여전히 따뜻했다.
이 순간, 나는 생각했다. 이 멋진 곳을 언제까지나 기억하고 싶다고.
하와이는 늘 같은 자리에서 이렇게 천천히, 아름다운 순간을 선물해 주고 있었다.
하나우마 베이(Hanauma Bay), 지구가 만든 에메랄드빛 수족관
하와이에서의 둘째 날 아침, 나는 북쪽으로 향하는 드라이브를 시작했다.
푸른 바다를 따라 도로가 이어지고, 창문을 열자 상쾌한 바람이 얼굴을 스쳤다. 하와이는 드라이브만으로도 충분히 여행이 된다.
길을 따라 펼쳐지는 절벽, 곳곳에서 반짝이는 바다, 야자수가 리듬을 맞추듯 흔들리는 풍경까지.
이 모든 것이 하와이라는 이름 아래 완벽하게 어우러지고 있었다.
오늘의 첫 번째 목적지는 하나우마 베이(Hanauma Bay).
하나우마 베이에 도착해서 자동차 창문을 내리자, 시원한 바람이 온몸을 감싸 안았다.
짭조름한 바다 내음이 코끝을 스쳤고, 멀리서 들려오는 파도 소리가 조용한 음악처럼 귓가를 감쌌다.
나는 차에서 내려 전망대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풍경에 황홀함을 느꼈다.
하나우마 베이는 그야말로 자연이 빚어낸 걸작이다. 거대한 화산 분화구가 바다와 만나 초승달 모양의 완벽한 만(灣)을 이루고 있고, 그 안을 가득 채운 바다는 에메랄드빛에서 코발트블루까지 다양한 색을 품고 있었다.
멀리서 바라보면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보이지만, 이곳은 단순한 해변이 아니다.
하나우마 베이는 하와이 최고의 스노클링 명소이자, 수천 마리의 열대어가 서식하는 ‘자연이 만든 수족관’이다.
나는 전망대 난간을 잡고 자연이 빚어낸 아름다운 예술 작품을 감상했다.
하와이는 늘 감동을 주는 곳이지만, 오늘 이곳은 마치 지구가 나를 따뜻하게 품어주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전망대에서 감탄을 충분히 한 후, 나는 해변 쪽으로 내려갔다.
백사장에 들어서자 모래가 한없이 부드러웠다. 발이 푹푹 빠질 정도로 고운 모래가 따뜻한 햇살을 머금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스노클링 장비를 착용하고 바닷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햇살이 부서지는 바닷속, 형형색색의 열대어들이 유유히 헤엄치는 그곳. 나 또한, 다른 사람들처럼 그 세계 속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스노클링 장비를 빌릴까, 물속으로 들어갈까, 여러 번 고민했지만 결국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조금은 아쉬웠다. 이렇게 투명한 바다를 앞에 두고 발끝만 적시는 것 같아 미련이 남았다.
하지만 여행에서 남는 아쉬움은, 언제나 다시 돌아올 이유가 된다.
다음번에는 반드시 이곳에서 바닷속으로 들어갈 것이다. 물속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는 열대어들과 함께 하나우마 베이의 품에 안겨보고 싶다.
이곳은 떠나는 순간부터 다시 오고 싶은 곳이 되었다. 나는 아직, 하나우마 베이의 진짜 매력을 반도 채 경험하지 못했으니까.
아쉬움을 남긴 채, 나는 하나우마 베이를 뒤로하고 다시 도로로 나섰다.
차에 오르자, 바닷바람이 여전히 내 피부에 남아 있었다. 옷깃에 묻은 바다 내음, 살짝 젖은 머리카락이 방금까지 내가 바다와 함께 있었다는 걸 증명하는 듯했다.
도로에 올라서자 다시 하와이의 풍경이 펼쳐졌다.
햇빛을 받은 바다는 더욱 짙은 푸른빛을 띠었고, 야자수들이 도로 옆으로 일렬로 서서 부드럽지만 강한 바람에 몸을 흔들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단순히 차를 타고 이동하는 것조차 여행의 일부가 된다.
구불구불한 해안도로를 따라 천천히 차를 몰았다. 눈앞에는 깎아지른 검은 화산암 절벽이, 그 아래에는 거칠게 부서지는 파도가 하얀 포말을 만들며 치솟고 있었다.
멀리서 보이는 블로우홀(Hālona Blowhole), 바위틈 사이로 솟아오르는 물줄기가 이미 그곳이 가까워졌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할로나 블로우홀(Hālona Blowhole), 자연이 만든 거대한 숨결
블로우홀 전망대에 도착해서 나는 먼저 절벽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깎아지른 듯한 화산암 절벽이 거칠게 굽이쳐 있고, 그 아래로는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가 끊임없이 밀려들고 있었다.
그리고, 바위틈 사이에서 갑자기 거대한 물줄기가 솟구쳤다.
“와…!”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마치 바위가 숨을 내쉬는 듯한 장관이었다. 블로우홀은 용암이 굳어지며 만들어진 작은 구멍을 통해 거센 파도가 밀려들어올 때마다 거대한 물기둥을 뿜어내는 자연 현상이다. 그 모습은 마치 지구가 거대한 숨을 내쉬는 듯한 느낌이었다.
파도가 강하게 몰려오는 순간마다 수십 미터까지 물이 솟구쳐 올라 햇빛을 받아 반짝이며 사라졌다.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자연의 신비로움에 압도될 수밖에 없었다.
나는 한 편의 영화를 떠올렸다.
1953년 개봉한 고전 영화 - '지상에서 영원으로(From Here to Eternity)'
이 영화의 한 장면, 주인공이 파도 속에서 사랑을 나누던 곳이 바로 이곳이었다.
부드러운 백사장과 거친 파도가 맞닿은 할로나 비치(Hālona Beach Cove).
그 영화 이후, 이곳은 ‘이터니티 비치’라는 애칭을 얻었다.
시간이 멈춘 듯한 낭만적인 풍경, 사랑이 머문 자리.
지금은 영화 속처럼 사람들이 해변에서 자유롭게 뛰어놀지만, 그 순간만큼은 1950년대의 흑백 필름 속으로
시간 여행을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또한, 블로우홀은 '캐리비안의 해적: 낯선 조류(Pirates of the Caribbean: On Stranger Tides)'에도 등장했다.
거친 파도와 검은 화산암 절벽이 영화 속에서 더욱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나는 파도가 들이칠 때마다 절벽 아래로 흩어지는 물거품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하와이는 그 자체로 영화 같은 곳이다.
그래서일까? 이 섬의 곳곳이 영화 속 장면처럼 느껴지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시간이 흐를수록 파도는 점점 더 거세게 몰려오고 있었다. 그럴수록 블로워홀은 더욱 크게 숨을 내쉬었다.
나는 마지막으로 눈앞의 풍경을 천천히 담아두었다.
절벽 위를 스쳐 지나가는 바람, 끝없이 밀려오는 태평양의 푸른 물결, 그리고 자연이 만들어낸 거대한 숨결.
이곳에서 나는 하와이가 가진 강렬한 에너지를 느꼈다.
자연은 늘 같은 자리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고 블로우홀은 그 이야기를 바람과 물줄기로 표현하는 곳이었다.
나는 발길을 돌리며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터틀 비치(Turtle Beach), 바다 거북과 마주한 순간
블로우홀에서의 강렬한 물줄기를 뒤로하고 나는 다시 길을 나섰다.
이번에는 오하우섬 북쪽, 조금 더 한적한 해변을 향해 달린다.
이곳에서는 더 이상 와이키키의 높은 빌딩도, 사람들로 붐비는 거리도 보이지 않았다.
대신, 끝없는 해안 도로와 푸른 하늘, 그리고 더 강렬해진 바람이 나를 감쌌다.
하와이의 남쪽이 활기차고 생동감 넘치는 곳이라면, 북쪽은 조금 더 여유롭고, 조용하며,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도로는 넓지 않았지만, 그 옆으로는 드넓은 초원이 펼쳐지고, 그 너머에는 아무도 손대지 않은 듯한 푸른 바다가 끝없이 이어졌다.
차를 타고 지나가는 동안 몇 번이고 감탄이 나왔다. 도대체 이 섬은 어느 방향으로 가도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다.
그렇게 1시간쯤 달렸을까, 도로 옆으로 갑자기 사람들이 모여 있는 해변이 보였다.
누군가는 사진을 찍고, 누군가는 조용히 모래사장에 앉아 있었다.
나는 천천히 차를 세우고 그들이 바라보는 곳을 따라갔다.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자연을 맞이하였다.
해변 한가운데, 부드러운 모래 위에서 거대한 바다 거북 한 마리가 조용히 쉬고 있었다.
“와…”
내가 숨을 죽인 것처럼,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도 조용히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터틀 비치, 이곳은 하와이안 그린 시 터틀(Hawaiian Green Sea Turtle)이 자연스럽게 해변으로 올라와
휴식을 취하는 곳이다. 나는 발걸음을 조심히 옮겼다.
좀 더 가까이 가고 싶었지만, 거북이들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일정 거리 이상 접근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었다. 그래서 그냥, 그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눈앞의 모습이 익숙해지니 처음에는 보이지 않던 거북이들이 여러 마리 보이기 시작했다.
거북이들은 파도가 밀려와도,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어도, 아무렇지 않다는 듯 그저 모래사장 위에 편안하게 누워 있었다.
어쩌면, 그냥 해변의 일부처럼 보일 정도로 자연스럽게 그곳에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이 부러웠다.
바쁜 도시에서 하루하루 쫓기듯 살아가는 우리와 달리, 거북이는 그저 자신만의 속도로, 자신이 쉬고 싶을 때 쉬고, 움직이고 싶을 때 움직였다.
하와이는 그런 곳이었다. 사람뿐만 아니라 자연도, 동물도,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그리고 여유롭게 존재하는 곳.
나는 모래사장에 앉아 그 모습을 한참 바라보았다. 바람이 살짝 불어와 거북이들의 등을 감싸는 듯했다.
태양은 여전히 따뜻하게 내리쬐고 있었고, 파도는 부드럽게 해변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잠시 후,
거북이 한 마리가 천천히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모래 위에 남겨진 흔적을 따라 바다 쪽으로 조금씩 기어갔다. 그리고, 파도가 그 발밑을 적시자 한순간 망설임도 없이 물속으로 사라졌다.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또다시 마음이 차분해지는 걸 느꼈다.
우리는 종종 너무 빠르게 살아간다.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경험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시간을 조급하게 쓰곤 한다. 하지만, 하와이의 거북이들은 그저 자연스럽게, 자기 속도로 살아가고 있었다.
터틀 비치는 그저 바다 거북을 보는 곳이 아니라, 그들과 함께 조금 더 천천히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곳이었다.
나는 이곳에서, 또 하나의 특별한 순간을 간직한 채 차에 올라탔다.
나는 이번 여행의 순간들을 천천히 되돌아봤다. 세 번째 방문이었지만, 하와이는 여전히 새롭고, 여전히 나를 감동하게 만들었다.
다이아몬드 헤드 정상에서 내려다본 와이키키의 푸른 물결,
하나우마 베이의 투명한 바다,
블로우홀에서 솟아오르는 바닷물의 거친 숨결,
그리고 터틀 비치에서 만난 바다 거북의 느릿한 움직임.
이 모든 장면들이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마음속에서 천천히 재생되고 있었다.
이번 여행을 통해 나는 하와이가 단순한 휴양지가 아니라는 걸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하와이는 그저 아름다운 바다와 따뜻한 기후를 가진 곳이 아니다. 이곳에는 삶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게 흐르고 있었다.
도시는 분주하게 움직이지 않았고, 사람들은 시간을 쫓아가지 않았다. 그들은 그저 자신만의 속도로 살아가고 있었다.
서두르지 않고, 하루를 온전히 즐기며,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삶.
하와이에서의 시간은 그 자체로 하나의 선물이었고, 나는 그 선물 속에서 조금 더 천천히 숨 쉬는 법을 배웠다.
여행을 하다 보면 때때로 아쉬움이 남는 순간들이 있다. 하나우마 베이에서 스노클링을 하지 못했던 것, 서핑에 도전하지 못했던 것, 그리고 아직 가보지 못한 작은 해변들.
하지만 그런 아쉬움이 있기에 나는 또다시 이곳을 찾고 싶어진다.
완벽한 여행이란 없다.
언제나 조금씩 미련을 남기고 떠나는 것이 가장 좋은 여행이다. 그렇게 미련이 남은 여행지들은 언젠가 다시 돌아오게 된다. 그리고 하와이는, 그런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