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불순물 18화

생명의 서사시: 존재의 빛을 노래하는 순간

by 브레인캔디

빛이 태어나는 순간, 어둠은 그 경계를 허물고 스스로를 해체한다. 새벽의 기슭에서 눈을 뜨는 하늘은 창백한 손가락으로 대지를 어루만지며, 먼지 한 톨에도 우주를 품은 생명의 신비를 속삭인다. 우리는 왜 숨을 쉬는가?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 수천 개의 별이 목숨을 걸고 타오르는 밤, 나는 빗방울이 유리창을 타고 흐르는 궤적 속에서 생의 서사를 발견한다.


1. 새벽의 첫 숨: 시간이 태어나는 소리

아침은 항상 미완성의 얼굴로 다가온다. 커피 잔에 서린 증기가 공중에 흩어지는 모습은 무중력의 춤사위다. 그 속에서 나는 한 줄기 햇살이 머금은 먼지를 본다. 무한히 작은 입자들도 태양의 품에서 빛을 내뿜는다는 사실을. 살아야 하는 첫 번째 이유는 아마도 이 '보이지 않는 광막함'일 것이다. 존재 자체가 우주의 기적이라는 증거. 발걸음 소리가 빈 복도에 울릴 때, 우리는 소리의 파장으로 공간을 채우는 조각가가 된다.


2. 나무의 심장: 뿌리와 열매 사이의 시

가로수가 바람에 흔들릴 때, 나는 잎사귀 너머로 드러나는 하늘의 상처를 본다. 한 그루의 나무는 땅속에서 죽은 자들의 이야기를 빨아올려 꽃 피운다. 제2의 이유는 이 '기억의 순환'이다. 할머니의 손주름에 스민 들꽃향기, 아버지의 담배연기가 머금은 비애의 맛. 우리는 유전자 속에 선조들의 웃음을 품고 걸어가는 이동 유물관이다. 죽음이 삶을 단절하는 것이 아니라, 삶이 죽음을 잇는 접착제임을 깨닫는 순간 발밑에서 새싹이 트는 소리가 난다.


3. 별의 유언: 빛의 고고학

천문대의 망원경으로 본 은하는 창백한 유곽(遺骨)의 전시장이다. 이미 사라진 별들의 빛이 우리 눈동자에 부딪힐 때, 제3의 이유가 태어난다. '소멸의 아름다움'. 초신성의 폭발이 없었다면 우리 몸의 칼슘도, 철분도 존재할 수 없었다. 고통이 각인된 밤도 먼 훗날 누군가의 창공을 수놓을 별자리로 변주된다. 울음소리의 진동수조차 우주 배경 복사의 잔향이 되는 이 세계에서, 절망은 영원을 위한 예비 연습일 뿐이다.


4. 빗방울의 형이상학: 상처로 파고드는 치유

비가 내리는 날, 창가에 앉아 물방울이 유리 면을 기어가는 궤적을 좇는다. 각각의 방울은 다른 속도로 미끄러지며 교차하고 흩어진다. 제4의 이유는 '불완전한 조화'다. 상처 입은 영혼들이 부딪히며 만들어내는 불협화음이 인생이라는 교향곡이다. 눈물의 염분 농도와 바닷물의 그것이 일치한다는 사실처럼, 우리의 슬픔도 지구의 순환 시스템에 녹아든다. 젖은 흙냄새는 틈새로 스미는 생명의 전언이다.


5. 그림자의 변증법: 어둠이 빚어내는 광명

촛불이 꺼진 방에서조차 망막에 남은 잔상이 빛의 유령을 춤추게 한다. 마지막 이유는 '소실점의 역설'이다. 모든 종말은 새로운 서사의 프롤로그다. 사막 모래알이 지구 자전축을 갈아내듯, 우리의 사소한 일상도 역사의 경사를 바꾼다. 빛을 보기 위해 눈이 필요하고, 사랑을 느끼기 위해 상실이 필요한 역설. 그 자체로 삶은 반전에 충만한 서스펜스 소설이다.


에필로그: 무한의 문턱에서

살아야 하는 이유는 답이 아니라, 질문 자체의 숨결이다. 호흡할 때마다 폐를 채우는 공기가 46억 년 전 성운의 잔재임을, 심장 박동이 대폭발의 잔향과 공명함을. 우리는 우주가 자신을 관측하기 위해 만든 생체 망원경이다. 죽음이 영원한 어둠이라면, 삶은 그 어둠을 비추는 순간들의 연쇄적 폭발이다. 빛이 사라진 자리에서도 피어나는 열반의 꽃처럼, 존재의 이유는 이유를 초월한 채 빛난다. 그러니 숨을 쉬라. 다음 순간의 공기가 지금과는 다른 별의 파편을 머금을 테니.

목요일 연재
이전 17화파편의 우주를 항해하는 자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