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 명언 중 - 노점상에서 물건을 사려거든, 깎지 마라.
겨울이 되면 길거리 곳곳에서 붕어빵을 파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내가 사는 동네의 지하철 출구에는 따뜻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붕어빵을 파는 작은 노점이 있고 그 앞에는 추위를 피해 손을 녹이며 붕어빵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줄을 선다.
바삭한 겉과 달콤한 팥소가 가득 찬 붕어빵을 손에 쥐면, 겨울의 추위도 잠시 잊게 된다. 한참을 기다리던 중 내 앞에 선 쉰 살이 넘어 보이는 아주머니가 웃으며 말을 던진다.
"아저씨, 삼천 원이나 사는데 하나 더 얹어주시면 안 돼요?"
김수환 추기경께서는 "노점상에서 물건을 사려거든, 깎지 마라."라고 말씀하셨다. 이 짧은 문장은 단순한 거래의 윤리를 넘어,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되돌아보게 한다.
그날도 퇴근길에 붕어빵 노점을 들렀다. 주머니 속 지갑을 열어 보며 붕어빵을 사려는데, 앞에 있던 학생이 상인에게 말했다.
"아저씨, 천 원어치 사면 네 개 주시는 곳도 있던데, 여기선 세 개뿐이에요?"
붕어빵을 굽던 분은 알 수 없는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하루 종일 서서 장사해야 하고 가스비랑 밀가루값이 많이 들어. 그래도 맛있게 구웠으니 후회는 안 할 거야."
나는 뒤에서 그 말을 듣고 순간 부끄러워졌다. 노점상에서 가격을 깎으려 하는 것은 어쩌면 우리의 습관 같은 것이지만, 그들이 붕어빵을 팔아 번 돈은 생계를 위한 절실한 수입일지도 모른다.
백화점에서는 비싼 가격표를 보고도 당연하게 계산을 하지만, 길거리 노점에서는 깎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왜일까? 대형 프랜차이즈에서 커피 한 잔을 살 때는 기꺼이 수천 원을 지불하면서도, 길거리에서 붕어빵을 살 때는 한 개라도 더 받으려 하는 우리의 모습. 항상 따라붙는 비유는 시장에서 콩나물을 천 원어치 사려해도 조금 더 달라고 하는 웃지 못할 흥정들.
하지만 붕어빵을 굽는 작은 불판 앞에서 하루 종일 손을 놀리는 상인에게 그 한 개는 단순한 덤이 아닐 수 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살아간다. 나 같은 회사원은 한 달을 꼬박 일해 급여를 받고, 가게 사장은 하루 매출을 기대하며, 학생은 학비를 고민한다. 그러므로 누구에게나 돈은 소중하다.
물론 흥정이 문화인 곳도 있고, 상인 스스로 가격을 올려 돈을 내는 손님을 기분 좋게 하려 덤을 주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물건을 살 때 상인의 숨은 노력을 조금 생각해 본다면 쉽사리 농담이라도 그리 말을 하긴 어려울 것 같다.
한 번은 친구가 길거리에서 붕어빵을 사면서 돈을 더 주고 간 적이 있다. 주인이 “거스름돈 여기 있어요!”라고 했지만, 친구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추운데 장사하시느라 고생 많으세요. 따뜻한 차라도 한 잔 사 드세요."
그 작은 배려 하나가 장사하던 분의 얼굴을 환하게 바꾸었다. 그리고 나도, 그 순간을 지켜보며 마음이 따뜻해졌다.
결국, 우리는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다. 작은 행동 하나가 누군가의 하루를 바꾸고, 나아가 세상을 변화시킨다. 그러니 다음에 붕어빵을 사려거든 깎지 말자. 오히려 지폐 한 장 천 원을 더 지불하고, 따뜻한 미소를 건네보자. 잊지 말고... 집에 가시는 길에 따뜻한 차 한 잔 하시라며
나의 짧고 따뜻한 말 한마디가, 결국 내가 살아가고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일 테니까.